무리한 아파트 사업으로 광주 · 부산 · 김포 등에 미분양 물량을 켜켜이 쌓았다가 발목이 잡혔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들은 대부분 주택 분야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중견 업체들이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는 16개 건설사 가운데 50위권 이내 대형 업체가 5곳에 이르며 상장사인 성지건설은 D등급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떠안고 있거나 미분양과 미입주 아파트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과도한 PF와 미분양이 발목 잡아

증권업계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위 100위권 내 9개 건설사의 PF를 반영한 수정 부채비율은 500~900%대로 상위 10대 건설사(평균 100~300%대)에 비해 크게 높은 실정이다. 시공능력평가 68위의 성지건설은 D등급을 받음에 따라 법정관리를 밟게 될 전망이다. 1969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형제의 난'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2008년 2월 인수했으며,박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별세한 뒤 장남인 박경원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성지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민간투자사업(BTL)에 주력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수주가 신통치 않았다. 게다가 서울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 미분양 등의 악재가 겹치며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825억원의 영업손실과 11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469%에 달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된 곳 중 규모가 큰 곳은 벽산건설로 시공능력평가 26위다. 부산지역 미분양으로 유동성이 악화됐고,5570억원에 달하는 PF 지급보증이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역시 C등급인 남광토건과 신동아건설의 PF 반영 부채비율은 각각 800%와 9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체의 경우 김포 신곡동에 추진하고 있는 3800채의 도시개발사업이 치명타가 됐다. 이번에 함께 C등급을 받은 청구도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신곡동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7400억원의 PF를 일으켰으나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이 지연되면서 이자 부담만 쌓이고 있다.

남광토건은 시공능력평가 38위 건설사로 도로 등 토목공사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주택사업과 관련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PF가 발목을 잡았다. 개성공단에 철골공장을 설립하고 대북사업을 추진했으며,앙골라 등지에서 해외사업도 진행해왔으나 사업이 고전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가중시켰다.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31위)은 미분양으로 고전하던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와 김포 신곡동 도시개발사업,서울 잠실 재향군인회터에 짓는 오피스 사업 등에 자금이 물리면서 유동성이 악화됐다.

입주 단지가 없어 분양대금이 들어올 곳이 없고 공공공사 수주가 부진한 것도 자금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베라체'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해온 한일건설(시공능력평가 39위)은 주택부문 비율을 20% 이내로 축소했지만 구갈역세권 개발,진주 평거4-3블록 개발사업 등 1조원이 넘는 PF에 발목을 잡혔다.

◆경영개선에는 '역부족' 평가도

채권은행들이 부실업체를 골라냈음에도 불구,실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해에도 C등급을 받고도 워크아웃을 거부하거나 자구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기업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도급업체와 자재업체 등 중소업체에 미칠 연쇄 파장도 큰 문제다. 대한건설협회는 "상위 300개 업체의 주택시장 점유율이 88.6%에 이르고 이들 업체의 종업원과 협력업체 및 자재업체 직원 등 직 · 간접 고용효과가 160만명에 달해 구조조정에 따르는 생계 위협 등 파급효과가 크다"고 우려했다.

퇴출기업으로 확정된 건설사는 채권금융기관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통합도산법에 따른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자체 정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관리,제3자 매각,파산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장규호/이정선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