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태극전사들에게 병역 특례를 적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2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관계자가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해도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김태영 국방부장관과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병역 특례 필요성을 담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2002년 한 · 일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대통령 시행령을 고쳐서 병역 특례를 해줬다. 해외 원정 16강 진출은 그때보다 더 어려운데도 국내 대회에서는 해주고 해외 대회에서는 안해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대표 선수들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병역혜택을 받았지만 2007년 말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돼 병역 특례가 없어졌다. 지금은 올림픽 3위 내 입상 선수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정 명예회장은 "올림픽 3위와 월드컵 16강 진출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월드컵 16강은 일본에서 공동개최된 2002년에 겨우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도 전쟁이라면 전쟁인데 정부 관계자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틀린 이야기로 부적절한 말을 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월드컵이 끝난 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차분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16강 진출을 이룬 태극 전사들은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되지만 개인별 포상금 액수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특급 활약을 펼쳐 1억7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지성은 561만원의 세금을 공제한 1억6439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허 감독은 3억원의 포상금 중 990만원을 뺀 2억9010만원을 받게 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