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도서] 덕혜옹주‥자유를 갈망했던 조선의 마지막 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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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지만 귀하게 살지 못했던 여인,평생 조국을 그리워했지만 결국 조국과 일본으로부터 모두 버림받았던 여인에 대한 얘기다. 국내에선 관련 서적이 거의 없을 만큼 잊혀졌던 덕혜옹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으로 되살아나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소설은 1912년 주권을 잃어버린 조선에서 고종 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일본의 흉계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해야 했던 덕혜옹주의 행로를 따라간다. 모든 날개를 꺾인 채 독살당한 아버지(고종),일본의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오빠들(순종과 영친왕) 틈에서 그녀는 망국의 황족들이 얼마나 참담하게 삶을 연명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깨닫는다.
열세 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길에 오른 덕혜옹주는 모든 조선인과의 접촉을 금지당한 채 일본인들의 비웃음 속에서 외로움과 싸운다. 조선 황녀의 격에 맞지 않는 일본 지방 귀족과의 결혼,쌓여가는 고통과 분노 속에 점점 소원해지는 남편과의 관계,조선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
마침내 '미친 여자'라는 오명을 쓴 채 그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고,'조국은 날 잊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10여년의 감금 생활을 견뎌낸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해방된 조국이 조선 황족들의 귀환을 막을 줄을.일본에 끌려간 지 37년 만에야 조국 땅을 밟은 옹주는 이미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다. 켜켜이 쌓인 절망과 슬픔과 그리움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옹주는 그 와중에도 총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분노하고 저항하고,때로는 체념했던 옹주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잊지 못했다. 자신을 보호해주지도,자신이 지켜줄 수도 없었던 조국에 대한 애달픈 마음은 망국의 시대를 견뎌야 했던 모든 이들의 운명을 대변한다. "나의 마지막 소망은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느니라…."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소설은 1912년 주권을 잃어버린 조선에서 고종 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일본의 흉계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해야 했던 덕혜옹주의 행로를 따라간다. 모든 날개를 꺾인 채 독살당한 아버지(고종),일본의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오빠들(순종과 영친왕) 틈에서 그녀는 망국의 황족들이 얼마나 참담하게 삶을 연명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깨닫는다.
열세 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길에 오른 덕혜옹주는 모든 조선인과의 접촉을 금지당한 채 일본인들의 비웃음 속에서 외로움과 싸운다. 조선 황녀의 격에 맞지 않는 일본 지방 귀족과의 결혼,쌓여가는 고통과 분노 속에 점점 소원해지는 남편과의 관계,조선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
마침내 '미친 여자'라는 오명을 쓴 채 그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고,'조국은 날 잊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10여년의 감금 생활을 견뎌낸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해방된 조국이 조선 황족들의 귀환을 막을 줄을.일본에 끌려간 지 37년 만에야 조국 땅을 밟은 옹주는 이미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다. 켜켜이 쌓인 절망과 슬픔과 그리움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옹주는 그 와중에도 총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분노하고 저항하고,때로는 체념했던 옹주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잊지 못했다. 자신을 보호해주지도,자신이 지켜줄 수도 없었던 조국에 대한 애달픈 마음은 망국의 시대를 견뎌야 했던 모든 이들의 운명을 대변한다. "나의 마지막 소망은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느니라…."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