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이런 항만이 어디 있습니까. 항만 행정 관할권이 나눠지면서 회사가 둘로 쪼개지게 생겼습니다. "

지난 25일 헌법재판소가 부산신항의 관할권을 경남도와 부산시에 나눠주라고 결정한 이후 부산신항 현장에서는 회사 주소가 둘로 쪼개지게 된 기업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부산신항에서 항만운영사업을 하는 회사와 신항 배후 부지에서 물류업을 하는 회사가 피해자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신항에 입주한 부산신항만㈜.회사 관계자는 지난 25일 "헌재 결정대로 관할이 분리되면 야적장과 선석 120만㎡가 40%(부산) 대 60%(경남도)로 나눠진다"며 "세금같은 행정을 두 군데서 봐야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항부두 바로 옆에 위치한 본사는 부산에 속하게 됐고 사업장은 부산과 경남으로 나눠질 운명이다.

이 관계자는 건축 허가와 지방세 장비등록 법인주소지 등이 어떻게 처리될지 몰라 알아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소득 주민세의 경우 면적과 근무인력 중 어떤 것으로 나눠 부산과 경남에 지출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관할권 분할로 행정적 낭비요소가 너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정은 신항 배후부지 물류업체 4~5곳도 마찬가지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게 국가 중심항만으로 발돋움시키려는 항만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기업들이 편하게 영업할 수 없는 것인지 갑갑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부산으로 주소를 올려놓은 물류회사 FCL의 류종명 이사는 "아직 어떻게 회사가 나눠지는지 통보받지 못했다"며 헌재 결정소식에 당황스러워 했다. 운영 중인 부지 3만8000여㎡ 가운데 80~90%가 경남에 속할 것 같다는 소문에 대해 "그러면 주소도 옮기고 토지등록과 등기,소방서와 경찰서 업무,세금납부 등도 두 번 해야 된다"며 "이런 항만이 세계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한 물류업체는 "지자체들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세수에 연연해 업체들에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협의해야 한다"며 "도로든 건물이든 기준을 잡아 업체를 한 행정구역으로 묶어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부지인 것으로 생각하고 북컨테이너 배후 부지 77만4511㎡를 개발한 뒤 현재 1차분 22만3000㎡를 분양하고 있는 부산도시공사도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 조치로 부지가 모두 경남 땅으로 됐기 때문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현재 1차분 중 80% 정도를 분양했으나 지번이 경남으로 변해 2차분 분양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분양 타깃을 부산고객에게 맞춰왔다.

한편 헌재 결정이 나자 부산시와 부산 강서구청 공무원들은 부신신항만㈜을 찾아 관할 분할에 따른 애로 사항을 들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