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좌절' 아닌 16강 '달성'…그대들이 자랑스럽다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5000만 국민의 염원에도 8강 신화 재현은 이뤄지지 않았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오른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맞붙은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이청용의 동점골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두 골을 내줘 1-2로 아깝게 패했다. 이로써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우루과이에 당했던 0-1 패배를 설욕하지 못한 채 역대 A매치 상대전적도 5전 전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그리스전 때 2-0 승리를 거뒀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8강 신화를 재현하려고 했다. 허 감독은 4-4-2 대신 4-2-3-1 전형을 구사하며 박주영을 원톱,김재성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웠다.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에딘손 카바니 투톱에다 디에고 포를란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는 스리톱으로 맞불을 놨다.

한국은 전반 9분께 골키퍼 정성룡의 실책성 플레이로 우루과이에 선제골을 헌납했다. 왼쪽 측면 깊숙이 침투한 포를란은 카바니가 대각선 후방에서 길게 공을 올려주자 바로 반대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건넸다. 정성룡이 잡지 못하고 주춤하는 바람에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쪽 골지역 왼쪽으로 빠르게 침투해온 수아레스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 모서리로 차넣었다.

후반 15분께 허 감독은 김재성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공세를 강화했다. 동점골을 노리겠다는 허 감독의 강공책이었다. 이동국과 박주영이 투톱을 맡는 4-4-2 전형으로 바뀌었다.

문전을 쉴 새 없이 두드리던 태극전사들이 마침내 우루과이의 빗장을 풀었다. 주인공은 이청용이었다. 후반 23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이 정교한 크로스를 올려줬다. 공은 상대 수비수 머리에 맞고 왼쪽으로 굴절됐고 이청용이 골지역으로 달려들며 헤딩슛을 꽂았다.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바로 앞에 있었지만 이청용의 옆머리에 맞은 공은 그대로 오른쪽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5분 오른쪽 코너킥 찬스에서 선제골의 주인공인 수아레스가 또 한 번 한국의 골문을 꿰뚫었다. 수아레스는 코너킥이 헤딩 경합 과정에서 뒤로 흐르자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김정우를 살짝 제친 뒤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공은 포물선을 그린 뒤 오른쪽 골대를 맞고 골네트를 갈랐다.

8강 '좌절' 아닌 16강 '달성'…그대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은 후반 41분 이동국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 땅을 쳤다.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골키퍼와 1 대 1 찬스를 맞았지만 오른발로 찬 볼은 골키퍼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다.

허 감독은 "8강에 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는 찬스가 많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는 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아쉽지만 잘 싸웠다"며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한국대표팀은 29일 오후 5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