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로 인해 곤혹스러워 하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국세청의 주류 관할권을 일부 이관받으면서 각각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탓이다. 관할권 이관은 주류산업 진흥을 위한 조치였지만,결과는 규제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원산지에 이어 칼로리 규제까지

식약청은 열량 등 영양표시 대상에 술을 추가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에서 주류 안전관리 업무를 이관받자마자 식품에 적용하는 영양표시를 주류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술은 고열량인 데다 안주와 함께 먹기 때문에 남성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며 "영양표시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는 술의 열량은 '빈 열량'(empty calorie)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알코올은 g당 7㎉의 열량을 갖지만 이 열량은 단백질 무기질 등 영양소가 없어 체내에 저장되지 않으며 체온 상승,혈액 순환 등으로 소비돼 비만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성준 서울대 의대 교수(생리학)도 "술만 먹어서 살이 찌려면 많은 양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며 "비만이 되는 것은 술이 식욕을 자극해 안주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는 지난 2월 전통주 진흥 업무를 이관받은 뒤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원산지 표시제를 오는 8월부터 술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 '주세법'(기획재정부 관할)에 따른 원산지 표시제와 달라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재정부와 농림부 간의 합의가 없어 구체적 표시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죄악세,건강부담금,담합 과징금도

주류업계는 맥주 소주 양주를 팔면서 주세율(72%)에 교육세(30%) 부가세(10%)를 더해 원가의 93.6%를 세금으로 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부는 주세율 72%를 130%까지 높이는 방안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죄악세'를 매겨 소비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맥주 한 병의 출고가는 현재 993원98전에서 1367원28전으로 40% 가까이 오른다.

건강부담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음주량을 줄이기 위해 주류건강증진 부담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진로 등 11개 소주업체에 소주 출고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272억원을 부과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소주가격에 대한 명령 권한을 갖고 있다"며 "소주가격이 비슷한 것은 국세청이 가격 인상을 통제해왔기 때문인데 이를 담합으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각 부처로 주류 업무를 이관한 취지는 당초 주세법 제정 100년을 맞아 주류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취지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