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보따리상 "농산물값 뛰어 月100만원도 못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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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입 물량 50㎏ 제한으로 타격…위안화까지 올라 수지 안맞아
젊은 사람들 떠나고 노인만 남아
젊은 사람들 떠나고 노인만 남아
"중국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위안화도 비싸져서 이제 보따리 장사도 한계가 온 것 같네요. "
지난 25일 오전 10시30분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한 위동항운의 2만6000t급 카페리 'NGBII'를 타고 온 '다이궁(代工 · 보따리상)' 이준태 사장(60)은 "보따리로 돈 버는 시대도 갔다"며 수하물 검색대로 향했다. 다이궁 경력 10년이라는 이 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장사가 잘 됐는데 이젠 중국도 옛날 중국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여객터미널엔 이 사장처럼 중국에서 각종 농산물을 사들고 온 250여명의 보따리상과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객 400명 중 절반 이상이 보따리상이었다.
◆적잖은 보따리상의 역할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농산물은 적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 현재 참깨 잣 고추 등 중국 농산물 반입량은 1만5000건,12.5t에 달한다. 작년엔 3만5000건,43t이나 됐다. 2008년엔 6만3000건,133t이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공식적으로 들여오는 수입물량에 비하면 적다. 하지만 이들은 유통공사에서 파는 가격의 절반값을 받고 식당가 등에 넘긴다. 적잖은 식당가가 보따리상에 의존하는 셈이다. 인천 · 평택 · 군산 등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보따리상은 작년 4832명에 달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는 4514명이었다.
◆"여건이 너무 안좋아"
참깨를 거래한다는 김상복 사장(64)은 비록 작은 보따리상이지만 중국 물가와 위안화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서울 명동에도 달러나 위안화 거래상들이 있지만 우리만큼 환율에 예민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요즘 중국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율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1위안당 150원(살 때 기준) 이하였으나 금융위기 이후 170~200원대로 급등했다. 최근에도 1만위안을 사려면 거의 200만원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보따리상에게도 1위안당 20~30원 차이는 크다는 것."마늘 고추 참깨 가격이 다 올라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김 사장은 "2박3일 고생해서 물건을 사오면 5만~10만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0만원 벌이도 힘들다는 게 보따리상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반입 규정도 강화됐다
관세청이 2004년 1인당 반입 물량을 줄인 것도 수익악화의 원인이라고 보따리상들은 말했다. 김 사장은 "관세청은 100㎏까지 중국산 농산물을 반입해도 눈감아줬다"면서 "이젠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1인당 반입량을 50㎏ 이내로 엄격히 제한해 뱃삯이 안나온다고 다들 난리"라고 전했다.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젊은 보따리상들이 뱃길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예전엔 제법 큰 돈을 쥘 수 있어 젊은 사장들이 몰려들었지만 요즘은 60대와 70대가 주류다. 이날 인천항에 도착한 카페리에 탄 보따리상도 대부분 이 연령대였다. 대신 중국인 청년 보따리상이 많아졌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떠난 빈 자리를 중국인 청년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인천=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