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미국 중국을 보면 모두 국내외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당장 영국 BP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시커먼 원유로 플로리다주 해변은 오염됐고 어민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사업만도 이미 10억달러의 손해를 보았고 이로 인한 고용 손실은 20만명에 달한다. 미국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태풍 카트리나 피해 복구 때보다 더 형편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원에서 1표 차이로 간신히 통과된 건강보험 개혁안 이행도 쉽지 않은 과제다. 개혁안에 대한 대형 보험회사들과 상당수 중산층의 불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외적으로도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접어두고라도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박을 공격해 민간인 10명을 사망케 한 사건은 오바마 행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경우 북한 문제가 골칫덩어리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란 결정적인 확증이 국제조사팀에 의해 발표됐는데도 계속 오리발을 내미는 북한의 행동 때문에 자칫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중국이 도대체 언제까지 북한을 감싸주며 보호자 노릇을 해야 할지,무엇보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다.

한국의 고민은 더 크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의 부결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여도 북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무력보복의 선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속시원한 방안이 없다. 대북 심리전 방송을 위해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도 일단 미룬 상태에서 남은 것은 결국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 정도다.

물론 해법은 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이 G20(주요 20개국) 의장국 자격으로 G20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가입시키고 모든 안보리의 안건은 다수결로 정하며,추가로 10개국을 임기제 비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이는 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만 된다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없어지게 되고 상임이사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유엔 개혁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내가 미 의회에 있을 때 비대해진 유엔을 개혁하거나 아주 없애자는 안이 상정된 적이 있다. 유엔을 바라보는 미국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니 미국도 이런 개혁안에 호응할 것이다. 한번 해볼만한 유일한 해법이다.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