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 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시점이 당초보다 3년7개월 늦춰진 2015년 12월1일로 연기된 것은 잘된 일이다. 전작권 전환은 참여정부가 2005년 '국방개혁 2020'을 세운 뒤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미국과 합의한 사안이지만,처음부터 우리 안보현실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무리수라는 문제제기가 많았고 전환시점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안보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과 함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천안함을 폭침(爆沈)시키기까지 했다. 이후 불바다 발언 등으로 계속 안보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다 3차 핵실험마저 준비중이다.

그런데도 전작권 단독행사에 필요한 우리 군의 준비상황은 여전히 충분치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북의 핵 보유는 과거 재래식 군비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고,남북간 비대칭 전력의 위험만 키움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전작권 전환에 따른 전력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예산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2010년까지 매년 국방예산 9.9% 증가를 전제로 했지만,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3.7%에 불과하다. 핵심 전력인 정보획득, 전술지휘통신 체계, 정밀타격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작권 환수 연기가 이 같은 우리 실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우리 스스로 국토방위를 책임져야 하고 우리 군이 속히 전작권을 가져와야 할 당위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북의 핵보유,한 · 미 간 동맹관계의 발전 등을 감안할 때 전작권 문제를 군사주권의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전작권 이양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자주국방 역량을 하루라도 빨리 갖추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만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작권 이양도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