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마라톤맨 권이주씨(65)가 미국 대륙을 마라톤으로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권씨는 지난 3월2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한 뒤 95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25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동부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 도착했다. 권씨가 달린 거리는 총 5002㎞.그는 아시아인으로선 최고령 미국 대륙 횡단 완주자가 됐다.

권씨는 매일 오전 2시30분에 일어나 가볍게 식사한 뒤 3시30분~4시부터 달리기를 시작,하루 8~9시간을 달리는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오르막길만 16㎞가 이어지는 길이 있는가 하면 모래바람이 불어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사막도 건너야 했다. 하루 평균 주파거리는 52.7㎞.신었던 신발이 7켤레였고 입었던 유니폼은 10벌이었다.

권씨가 이 같은 대륙 횡단 마라톤에 나선 것은 세계 평화와 남북 통일을 기원하며 동해와 독도에 대한 우리나라 영유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또 당초 일정을 앞당겨 6 · 25 발발 60주년이 되는 이날 유엔본부에 도착해 6 · 25전쟁을 잊지 말자는 뜻도 세계에 전했다.

그는 월남전에 소총수로 참전해 치열한 전투를 경험했던 인물로 누구보다 전쟁의 무서움을 잘 안다고 밝혔다.
뉴욕 한인마라톤 클럽 회장인 권씨는 이날 횡단을 마치고 나서 "그동안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고맙다. 내가 대륙횡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라토너로서 매순간이 고비였지만 가장 어려웠던 구간을 꼽는다면 애리조나주에서 뉴멕시코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었다"고 덧붙였다.

1998년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만해도 중증 당뇨병 환자였던 권씨는 54세였던 2000년 마라톤에 첫 출전한 이후 지금까지 공식 마라톤 대회 100번 완주의 대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마라톤보다 4배나 긴 100마일(161㎞) 달리기도 세 차례나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