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직함은 기업체 사장이다. 하지만 적잖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를 '창조경영 전도사' '최고의 창조 마스터'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세상의 그 어떤 정보와 지식도 그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창조'라는 키워드로 환원된다"고 했고,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에 '창조경영'의 새바람을 불어넣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주인공은 헬스케어 컴퍼니 세라젬의 강신장 사장(52)이다. 삼성에서 26년 동안 일한 그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CEO 커뮤니티 'SERICEO'를 기획하고 만들어 1만명 이상의 경영자를 '창조경영학교'로 등교시킨 주역이다.

그는 《오리진이 되라》에서 "지금 한국 기업과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오리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오리진이란 스스로 처음인 자,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새 판을 짜는 자,원조(기원)가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오리진이다.

그러면 오리진이 아닌 사람들은? 오리진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게임의 규칙 안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울 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게임의 규칙도 바뀌었다. 그는 오리진과 오리진이 아닌 사람의 차이는 경제적인 면에서만 봐도 수천배 이상 난다며 대표적 사례로 애플의 아이폰을 든다. 스티브 잡스는 오리진이고 아이폰은 오리진 제품이며,애플은 오리진 기업이다. 그들은 제품 하나로 세상의 규칙을 바꾸고,시장 판을 새로 짰다. 성공사례를 모방하는 벤치마킹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리진이 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오리진'이 되기 위한 창조적 발상법과 영감의 원천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실감나게 전해준다. 발상법 자체가 기발하다. 가령 첫 번째로 내세운 창조의 법칙이 '목숨 걸고 사랑하라'다. 일본의 토토가 비데를 개발해 변기를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만든 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사하고 싶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그래서 "남이 보지 못한 아픔을 보고,남이 주지 못한 기쁨을 보태면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현대자동차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것은 실직 위험에 직면한 고객의 아픔을 본 결과다. 태풍 피해로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를 잃고도 일본 아오모리 농민들이 성공했던 것은 남은 10%의 사과에 '합격'이라는 위로와 희망을 담아 판매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남이 주지 못한 기쁨을 주라' '예상을 뛰어넘는 시공간을 만들어라' '뒤집고 섞으라' '예상을 깨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마음의 벽을 깨라' 등 구체적인 발상법을 제시한다. 비즈니스는 물론 음악,미술,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재기 넘치는 입담과 어우러져 읽는 재미까지 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