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나 서점 종사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대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속앓이를 한다. 책 판매량이 줄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 어느 해보다 이들의 속앓이가 컸다. 지난 3월 법정 스님이 입적한 뒤 한동안 법정 스님의 저서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독차지하면서 다른 책들의 기세를 눌러 버렸다. 뒤 이어 발생한 천안함 사태와 지방선거,그리고 최근의 월드컵까지 대형 이슈들이 잇따르면서 독자들의 눈은 책을 벗어났다.

하지만 전쟁통에도 아이는 태어나는 것.불황의 늪에서도 양서는 줄을 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올 '상반기 우수도서' 30권을 선정한 결과 마음의 양식이 되고도 남을 책들이 줄을 이었다. 선정 작업에는 주요 출판사 편집 · 기획자와 서점 관계자,학자,한경 '책마을'팀 등이 두루 참여했다. 경제 · 경영 분야 10종,자기계발 5종,인문 · 사회 6종,과학 3종,문학 · 에세이 6종을 우수도서로 골랐다. 이제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자.

경제 · 경영 및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안내하는 책들이 큰 관심을 끌었다.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한 《소셜 네트워크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수많은 디지털 기기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이 기록되면서 망각이 사라지고 이른바 '완전한 기억'이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디지털 혁명의 미래》,소셜 네트워크의 확산과 세계화 등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는 《마켓 3.0》 등이 그런 책들이다.

또 수많은 초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석학들을 심층 취재해 그들의 이야기에 일관되게 흐르는 메시지를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한 《혼(魂) · 창(創) · 통(通)》,창조적 사고의 원리를 뇌 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상식파괴자》,경제학과 경영학을 대중적 주제와 언어로 쉽게 설명한 《경영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도 눈길을 끌었다.
인문 · 사회 분야에서는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가 자유시장,도덕적 살인,타인에 대한 의무,낙태와 줄기세포 논란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쟁점들을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학생들과 토론하고 강의한 내용을 담은 《정의란 무엇인가》가 단연 돋보였다. 지난달 하순 나온 이 책은 한 달 만에 무려 6만부나 팔리며 '정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작가 신경숙의 성장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권비영의 《덕혜옹주》도 호평받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