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성공의 네비게이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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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약속이 있어 지인과 같이 차를 타게 되었다. 그분은 운전하면서 필자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 처음 가는 길을 갈 때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는데, 성공을 위해서도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살다보면 누군가 자신에게 성공의 길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실패의 고통없이 성공의 길로 곧장 갈 수 있는 그런 길 말이다. 성공의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세상사는 것이 훨씬 편할 수 있다. 실패도 없고 시간낭비도 하지 않을테니.
하지만 로봇처럼 움직이는 인생이 과연 삶의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을까. 인생의 고속도로처럼 가장 빠르고 가장 편리하게 안내를 받아가며 살아간다면 인간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테니.
어느 농부가 하느님에게 청을 하였다. 농사가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그래서 하느님이 그 농부에게 햇빛이 필요하면 햇빛을 보내주고 비가 필요하면 비를 뿌려주었다. 농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들판에는 누런 황금빛 벼들이 익어갔다. 하지만 그 농부가 벼를 탈곡하니 속은 텅 비었다.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인 것이다. 가뭄과 장마를 견디고 농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벼는 점점 여물어가는 것인데 언제나 좋은 날만 있고 농부의 사랑도 없으니 벼가 제대로 여물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언제나 맑은 날만 있다면 성공하더라도 그 뿌리는 깊지 못하다. 뿌리가 약하면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게 된다. 때로는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해 보아야 사람은 강해지는 것이다. 편한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네비게이션이 편리하기는 하나 사람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차에 네비게이션을 달고부터는 지도를 보지 않게 되고 길치(痴)가 되어버렸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네비게이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외국속담에 “북풍이 바이킹을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바이킹의 놀라운 조선술과 항해술은 바로 사나운 바람으로 인해 발전한 것이다. 사람은 역경과 위기를 통해서 성장한다. 잔잔한 바다에는 훌륭한 뱃사공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산악인이 산을 정복할 때 헬기타고 산 정상에 오른다면 아무도 그 사람을 산악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산 정상에 가는 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힘들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라도 내 힘으로 정상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생략된다면 산 정상에 오른들 무슨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어느 양봉업자가 돈을 많이 벌수 있는 방법을 궁리 끝에 아프리카로 이민가기로 했다.
아프리카는 열대지방이어서 항상 꽃이 많이 피기 때문에 그곳에서 양봉을 하면 꿀이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첫 해는 예상한대로 성공적으로 많은 꿀을 수확하였다. 그러나 다음 해부터는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꽃이 많이 피지 않은 것도 아니고,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양봉을 하기에는 적합한 날씨였음에도 수확량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아프리카는 춥지 않으니 벌들이 꿀을 열심히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벌도 편해지면 움직이지 않는다.
곤충도 환경이 편해지면 제 할일을 다하지 않는 데 하물며 사람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고민과 의욕을 사라지게 하는 인생의 네비게이션에 길들여지면 인간의 본성은 사라지고 만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성과 감정도 없는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다 네비게이션이 고장이라도 난다면 이 세상은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사람의 삶에는 지도가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 줄 수는 없다. 설령 우리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 역시 선택이다.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시간과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겠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결정이다. 자신의 인생을 네비게이션에 맡기려고 하지 마라. 성공의 네비게이션은 없는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실패를 겪으며 지나간 길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이고, 실패하면서 그려지는 로드맵만 있을 뿐이다. (hooam.com /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