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두 계열사인 호남석유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이 올 하반기쯤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연내에 합병이 이뤄져야 '2018년 매출 40조원 달성'이라는 큰 그림의 목표가 가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케이피케미칼 지분 51.86%를 보유 중인 호남석유는 지난해 하반기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을 진행하던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들어와 합병을 포기했었다.

당시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약 7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합병의 주체인 호남석유 주가가 계속 약세를 지속한데 따른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합병시 주식매수청구 비용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합병계약은 해지될 예정이었다.

이렇게 합병실패를 경험한 호남석유는 그러나 올해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을 위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초부터 호남석유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줘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이 이전보다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석유 주가는 지난주말까지 연초대비 43%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남석유가 지난해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을 한 번 추진한 만큼 사실상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알고있다"며 "다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발표시점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회사 측이 제시한 2018년 매출 40조원 달성이란 목표를 위해서는 늦어도 하반기에는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확률적으로 볼 때 하반기에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당사자인 호남석유는 이에 대해 "케이미케미칼과 합병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또 "케이피케미칼과 합병의 경우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올 하반기에 좋지 않을 것으로 예고되는 등 합병비율이나 주식매수청구 규모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합병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호남석유와 케이피케이칼과 합병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합병 이후 시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은 가능하나 이미 상당부분 영업 활동 등을 같이 하고 있어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최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케이피케미칼은 호남석유화학으로 부터 EG(에틸렌글라콜)를 공급받아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를 생산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호남석유가 케이피케미칼과 합병하면 회사의 규모가 확대되고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박정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호남석유는 자회사인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을 통해 폴리에스터 부문을 수직 계열화할 계획"이라며 "최근에는 대우인터내셔널 입찰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국내외 정유사 인수 추진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비용 우위 전략(코스트 리더십)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호남석유보다 케이피케미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높기 때문에 합병 조건이 아주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상태"라며 "실질적으로는 한 회사이고 현재 법인만 두 개인 상태이기 때문에 합병이 돼도 비용절감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홍선 한화증권 연구원도 "두 회사가 합병한다해도 기업가치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주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