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 · 하원 민주당 후보들은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카운티 의원과 버러(borough) 시장 지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높은 실업률과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 등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데마레스트 시장을 겸직하고 있는 제임스 캐롤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프리홀더 의회 의장과 존 호간 의원(노스베일 시장 겸직)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최근 열린 한 정치인 후원행사에서 만난 기자에게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아성으로 꼽히는 지역인데도 기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데마레스트시 의회 의원을 거쳐 시장을 연임한 캐롤 의장은 "카운티 의회 의원(3선)에만 도전할 계획이지만 어느 선거 때보다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인들과 쌓아온 친분을 들어 한인 동포사회에서 적극 밀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뭐든 민원이 있으면 자신에게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다. 버겐카운티 의회 7석 중 5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런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호간 의원도 굳이 어려운 선거 구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공화당 출신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중산층까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버겐카운티 주민들 중에도 금융위기를 동반한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고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학력 전문직들이 대부분이어서 좌절감이 더욱 크다.

버겐카운티에 사는 폴 마이니스씨(50)는 뉴저지와 뉴욕에서 치과의사와 마취 전문 면허를 딴 의사다. 루저스대에서 의학 전 교육(Pre-med)과정을 마치고 UMDNJ에서 치과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다니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환자와 형무소 재소자들을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개인 치과를 차리려다 순식간에 50만달러의 은행 빚만 지고 개업을 포기했다.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월 2200달러의 사회보장 기금으로 기초생활을 하고 있다. 클리닉에서 연봉으로 14만5000달러를 받고 밤에 응급실에서 근무해 6만5000달러를 받던 시대가 그리울 따름이다.

자신은 아직 집이라도 지키고 있지만 고소득을 믿고 모기지를 받아 100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매입한 의사들 중 갑자기 직장을 잃은 사람은 주택조차 압류당할 처지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 2008년 초 4%대인 버겐카운티 실업률은 올초 8.5%로 높아졌다. 미국 평균 실업률보다는 낮지만 고소득 중산층에서 장기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성장을 위한 경기 부양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실업자를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불거지면서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NPR(National Public Radio)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7%가 "현 정부가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재정적자만 불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재정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