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를 가진 서울 피맛골과 청진동 해장국 골목 일대 7만9111㎡를 재개발하는 '청진동 도시환경정비 사업'이 난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전체 19개 사업지구 중 핵심지역에 해당하는 2 · 3지구와 12~16지구 등 7개 지구가 이해 당사자 간 소송과 법원의 사업인가 취소판결로 사업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은 1조7500억원이 투입되는 곳으로,법정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자금조달에 이상기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2 · 3지구 사업취소 위기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교보생명보험 빌딩 뒤편 2 · 3지구의 개발사업 시행자인 국도개발에 대해 사업인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도개발이 사업인가를 신청할 때 정관에서 정한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국도개발이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교보문고 사업장에 대한 배려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지적해왔다. 국도개발은 토지 소유자 69명 가운데 10명의 동의를 추가로 받아야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처지로 교보생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업면적이 8310㎡ 규모인 청진 2 · 3지구에는 지하 7층~지상 24층짜리 업무용 빌딩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최대 사업지 12~16지구도 분쟁 중

알짜지구로 불리는 청진동 12~16지구도 송사(訟事)에 휘말렸다. 이 지구에선 60여㎡의 땅을 갖고 있는 K개발이 종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K개발 측은 "사업시행자인 지엘피에프브이원에 지난 3월 내준 관리처분계획 변경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엘피에프브이원이 다른 지주들이 원치 않는 지하 상가 지분만을 주려고 하는 등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진동 12~16지구는 한일관과 청진옥,서울관광호텔 등이 있던 자리로 사업면적(1만2730㎡)이 가장 큰 구역이다. 이곳에는 지상 24층(연면적 17만5536㎡) 짜리 업무 · 판매시설용 쌍둥이 빌딩이 건립될 계획이다.

청진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이면서도 낡은 저층 건물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청진동 일대 7만9111㎡를 빌딩촌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SC제일은행 본점이 있는 19지구,르메이에르종로타운이 들어선 6지구,삼공빌딩이 있는 7지구의 사업은 종료됐다. 문제가 된 2~3지구와 12~16지구는 철거가 완료됐으며 착공에 앞서 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시장침체 겹쳐…건설사,부지 매각

소송이 진행 중인 2 · 3지구는 사업비 7500억원,12~16지구는 1조원이 각각 투입된다. 전체 사업비가 4조50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프로젝트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정부가 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제동을 걸고 있고 건설사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여서 사업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실제로 1지구 시공사인 G건설은 지난해 말 해당 부지를 KT에 매각했고,국도개발과 함께 2 · 3지구 사업을 진행하는 D산업은 부지 전체를 교보생명보험에 매각하려 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