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천안함사태를 거의 동시에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천안함 조사 결과를 수용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후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협의' 등 원론적 수준의 표명에 그쳐 입장차를 확연히 드러냈다. 어떤 외교적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계속되는 문제들을 의도적으로 눈 감는 것은 다르다"며 "이번 일(천안함사태)은 북한이 선을 넘은 사례라는 점을 후 주석이 인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매우 직설적(very blunt)"이었다고까지 했다. 또 "이것은 도덕적 등가성을 가진 양쪽이 논쟁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도발적이고 치명적인 행위에 관여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그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이 다국적 조사단에 의해 확인됐다고 언급하면서 "우리의 주된 관심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이 국제사회에 용납될 수 없는 적대 행위에 개입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극도의 자제력을 보여왔다"며 "국제사회가 그를 지지하고 북한에 이런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적인 규범을 지키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토론토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이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규탄하고 반대한다"며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유엔 안보리 대응 과정에서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지난 5월28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 대통령과의 회담 때 밝힌 내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사 결과 수용 여부,안보리의 구체적 조치에 관해선 피해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적절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은 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협의를 조속히 추진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토론토=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