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대금지급 지연 등의 부당 행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제조 · 용역업종 6만9800개와 건설업종 3만200개 등 모두 10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거래 일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건설업종 조사대상 가운데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시공능력 평가 순위 200위 안에 속하는 대형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대형 건설사들을 모두 포함시키는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들어 건설업을 중심으로 현금성 결제비율이 떨어지거나 법정기일을 초과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부당 행위가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공정위가 집계한 국내 기업의 현금성 결제비율은 2000년대 들어 계속 증가하던 것이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8년 95.3%로 90%대에 첫 진입했으나 작년에는 93.2%로 감소했다.

대금지급 지연 등은 하도급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결국 업계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건설업은 평소에도 다른 업종에 비해 비(非)현금성 결제 비율이 높아 '요주의' 대상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맞게 된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의 현금성 결제비율은 이미 크게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 뒤 부당행위 혐의가 드러난 업체는 곧바로 직권조사를 받을 수 있다"며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부당행위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