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참담하다. 10대 4명이 친구를 폭행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는 건 하도 끔찍해 할 말을 잃게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했다는 것도 정말이지 소름끼친다. 가해자들이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을 느끼는 기색이 없다는 보도엔 기막힘을 넘는 두려움과 서글픔에 온몸이 떨린다.

청소년 범죄의 증가 및 흉포화 정도는 놀랍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8만3477명이던 청소년 범죄자는 2008년 12만3044명으로 47.4% 증가했다. 살인 · 강도 · 강간 등 강력범죄도 1387명에서 2087명으로 50.5%나 늘었다. 2007년 2602명이던 14세 미만은 2008년 5547명(10~11세 포함)으로 폭증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느냐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이혼 증가로 가정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편부모나 조손 가정 자녀들이 소외감과 욕구불만을 범죄로 표출한다,인성교육 부재 탓이다,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린 10대의 무조건적 반항이다,TV · 영화 · 게임 · 인터넷에 범람하는 음란 · 폭력물의 영향이다 등.

10대의 위험은 그러나 편부모나 빈곤 가정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10대는 난해한 세대다. 누구도 제어하기 어렵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매사에 부정적이 돼 사소한 지적도 구속이나 간섭으로 여긴다. 제딴엔 다 큰 것 같은데 순종과 공부만 강요하는 듯한 부모나 학교가 싫어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 싶어한다.

청소년의 가출 경험률이 11.6%(남 12.8%,여 10.4%)라는 조사 결과는 10대가 얼마나 충동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도 남는다. 가출청소년 쉼터 이용자의 가정형편을 보면 기초생활 수급자(25.8%)와 하(33.1%)가 많지만 중(38.9%)과 상(2.2%)도 만만치 않다.

단지 가난 때문에 집을 나가는 게 아니란 얘기다. 가출 이유 역시 '놀고 싶어서''학교와 공부가 싫어서'도 있지만 첫째는'부모와의 갈등'이다. 2009년 가출 청소년은 2만2287명으로 2005년 1만3294명보다 67.6% 늘었고 가출경험자는 22만명에 이른다. 첫 가출시기는 평균 13.9세지만 초등학생 때 나온 사람도 38.5%나 된다.

집과 학교를 떠나면 자유로울 듯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일할 곳도 없고 무엇보다 잠자리가 없다. 결국 인터넷 가출카페나 또래집단의 숙식 제공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그러다 보면 범죄에 빠져들거나 성범죄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사정은 이런데 집 나온 10대가 머물 수 있는 청소년 쉼터는 83개소,정원은 822명(2009년)에 불과하다. 그나마 하루 정도 있을 수 있는 일시쉼터(10곳)와 3개월짜리 단기쉼터(49곳)가 대부분으로 2년 정도 지낼 수 있는 중장기쉼터는 24곳뿐이다.

또래집단에 물들면 나쁜 줄 알아도 빠져나오기 어렵다. 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기 쉽다. 살 자신을 잃으면 외로움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그렇게 되면 세상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려 들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엔 온갖 음란물이 난무하고,게임과 영상물은 폭력과 살인을 놀이처럼 보여준다. 위기의 10대를 방치하는 건 국가사회의 직무유기다. 아이들에게 아쉬운건 돈보다 관심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 한마디에도 힘을 얻는다. 10대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영어도 좋지만 도덕과 윤리 교육이 먼저다. 언어는 곧 품성이다. 아이들의 욕설을 막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가출하지 않도록 지도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온 아이들을 재워주고 다독이는 시스템도 강화해야 마땅하다.

생색나지 않고 선거에서 표가 안 된다는 이유로 아동이나 청소년 관련 예산을 확충하지 않으면서 출산율을 높이겠다거나 성매매를 방지하겠다고 소리를 높이는 건 모두 헛구호요 헛발질일 뿐이다. 출산지원금 증대보다 가출청소년이 시 · 군 지역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쉼터 확충과 위기 청소년을 구출할 상담사 보강이 더 급하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