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축은행에 투입하는 공적자금 2조7500억원의 절반이 넘는 1조5000억원가량이 자산기준 상위 10대 저축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저축은행일수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각했다는 반증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에 대한 경영감독을 강화하고 자본건전성 확충을 위한 대주주 책임을 강하게 묻기로 했다.

◆공적자금 절반 이상 대형 저축은행 집중

금융당국 관계자는 28일 "정부가 매입하는 저축은행 부실PF 채권 원리금 4조833억여원 중 절반이 넘는 2조3200억여원이 상위 10대 저축은행이 보유한 채권"이라며 "평균매입률 63%를 적용하면 공적자금 투입액의 53%가 이들 은행의 정상화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자산기준 상위 20대 저축은행으로 확대할 경우 부실 PF채권 규모는 3조600억여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채권의 4분의 3에 육박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액만 약 2조원으로 전체의 70%를 웃돈다. 금감원 관계자도 "그동안 부동산 PF대출은 주로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해 왔다"며 "그만큼 PF부실 규모도 커 공적자금의 대부분이 이들 대형 은행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3월 말 현재 PF대출채권 잔액은 5조8000억여원으로 금감원이 작년 말 기준 밝힌 전체 저축은행 PF대출 12조5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이 수치는 개별법인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여서 같은 계열의 저축은행으로 계산할 경우 상위 저축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는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감시 · 감독을 강화해 앞으로 공적자금에 손실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전 부실을 막지 못한 데 따른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일단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날 이사회와 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저축은행 부실PF 대출을 매입키로 결정한 데 이어 30일 매입대상 저축은행 63곳과 본계약을 체결키로 하는 등 매입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로 했다.

◆PF 상시 감시 대상 은행,보험으로 확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대출의 사후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상시 감시시스템을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등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현재 금융기관별로 관리되는 PF 대출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방식을 사업장별 관리체제로 전환할 수 있어 개별 사업장 감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 금융기관의 PF 사업장은 저축은행 714곳을 포함해 2600여곳에 달하고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PF 사업장에 대해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능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라며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먼저 운용한 뒤 다른 금융권으로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사업성이 없는데도 대출이자가 연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상 등급으로 분류된 저축은행의 PF 사업장을 솎아내기 위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PF 사업장의 토지매입,인허가,공사진행,분양 등 사업성을 반영한 강화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심기/이호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