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순환시계'로 본 경제 "2월에 고점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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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지표중 상승국면 7개 3월이후 6개로 줄어
통계청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국가통계포털(KOSIS)에 경기순환시계(http://kosis.kr/bcc/main.html)가 있다. 상승-둔화-하강-회복으로 이어지는 경기순환 주기에서 주요 지표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경기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게 만든 그래프다. 경기순환시계의 세로축에는 '추세'를,가로축에는 '전년 대비 증감'을 표기한 뒤 각 경기지표를 '점'으로 찍어 만든다.
경기순환시계에 들어가는 경기지표(계절변동제거)는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건설기성액(건설공사실적) 수출액 수입액 취업자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10가지다. 각 경기지표가 전월 대비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바뀌면 고점을 통과해 둔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둔화가 지속돼 장기 추세를 밑돌면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가장 최근 수치인 4월까지의 경기순환시계로 들여다본 요즘의 경기 상태는 어떨까. 지난 2월이 경기사이클상 고점(高點)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0개 경기지표 중 상승국면에 포진한 경기지표가 7개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둔화 국면에 있는 것은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매판매액지수 등 2개뿐이었고 취업자 수는 장기 추세보다 적었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중이었다.
이에 비해 3월 경기순환시계는 건설기성액이 둔화세를 보여 경기 상승국면에 있는 지표가 6개로 줄었다.
4월에는 소매판매액지수와 건설기성액이 전월 대비 감소 폭 확대로 하강 국면을 향해 다가섰다. 건설기성액은 지난 4월 '둔화와 하강의 경계선'에 위치해 5월부터는 하강 국면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상승국면에 있는 6개 지표 가운데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설비투자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4개는 전월 대비 증가율이 하락해 둔화 국면에 가까워졌다.
다만 수출액과 수입액은 전월 대비 증가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였다. 대외부문이 국내 경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기순환시계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있는 취업자 수는 지난 4월 '회복에서 상승으로 넘어오는 경계선'에 있어 앞으로 몇 달간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빠른 경기 회복이 지난해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성장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하반기에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률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주요국의 거시정책 기조 변화 등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기순환시계에서 보여지듯이 올해 1분기가 경기사이클의 정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기순환시계만으로 경기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은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일부 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장기 추세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달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 개의 경기지표들이 매우 강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둔화되는 여타 지표들을 압도하면서 경기상승 흐름을 계속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과 고용,내수소비 등 여러 지표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경기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