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건설사 구조조정안이 지난 25일 발표돼 '옥석 가리기'가 기대됐지만 건설주들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28일 남광토건 중앙건설 등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주도 2~3%씩 떨어졌다.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건설사가 정리되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희석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조조정 강도 기대 못 미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건설사 구조조정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이 작년 말 기준으로 1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만 포함된 구조조정으론 침체된 건설업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박영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00대 건설사 중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 건설사가 10%도 안 되는 만큼 업황 전반의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구조조정 강도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이사도 "5만7700개 건설사 중 매달 30개씩 없어지는 상황에서 16개를 퇴출시킨다고 상황이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단기적인 주가흐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건설주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으로 이달 들어 주가가 올랐던 만큼 이제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현재 건설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코스피지수 평균의 1.2배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는 건설업이 국내외에서 호황을 누렸던 2007년에나 나타났던 수준이어서 건설주 주가는 어느 정도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이와증권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한편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경쟁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더 절실


건설사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호재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 건설주의 움직임은 해외 수주 성과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둘 다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해외 수주와 관련,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건설시장을 동력으로 한 대형주 중심의 주가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유럽계 건설사와 중동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해외 실적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분양과 PF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건설산업에 가장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에서 먼저 분양가 상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이미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고 본다"며 "하반기 중 관련 정책이 발표되면 주가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열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하반기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정책 변수는 일단 건설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서보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