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축제로 꼽히는 F1(포뮬러원)에 공식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매년 20회가량 열리는 각국 F1 자동차대회에 한국타이어를 장착한 경주차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타이어가 참여를 확정 지을 경우 한국기업 가운데 최초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FIA와 수차례 협의,"참여 용의"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9일 "F1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과 올 들어 수차례에 걸쳐 타이어 공급 방안을 협의해 왔다"며 "참여 시기를 결정짓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F1의 타이어 공급업체는 세계 최대 타이어기업인 일본 브리지스톤이다. FIA는 올 12월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브리지스톤을 대체하기 위해 미쉐린 피렐리 등을 대상으로 타이어 공급 의사를 타진해 왔다.

세계 2위인 미쉐린은 지난 24일 F1 참여를 공식 거부했고,1991년 F1을 떠났던 이탈리아 피렐리가 복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국타이어가 F1 참여를 확정하면 피렐리의 뒤를 이어 2014년부터 3년간 단독으로 F1 타이어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타이어는 수년간 연 2000억~3000억원씩 영업이익을 내온 만큼 신규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FIA가 당장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물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좀 더 시간을 갖자고 얘기했다"며 "다만 추후 F1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FIA 측은 한국타이어의 F1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억달러에 달하는 대회 보증금 선납 조건을 유예해주는 한편 각 F1 경주팀으로부터 연 100만달러 안팎의 비용까지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1으로 낮은 인지도 극복할 것"

한국타이어가 F1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높은 홍보효과 때문이다. F1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3억명의 시청자와 400만명의 관중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쇼다. 최고 시속 300㎞ 이상으로 장시간 주행해야 하는 대회 특성상 타이어 성능도 검증받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5위 규모이지만,해외에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브리지스톤과 미쉐린,피렐리 외에 굿이어,컨티넨탈,던롭 등 유수 경쟁사들이 1950년대부터 F1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한국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만 신경 써왔기 때문이다. 1996년 유럽 내 인지도가 13%에 불과했던 브리지스톤은 F1에 타이어를 공급한 후인 2003년 인지도를 34%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일반 타이어의 크기가 16~18인치인 데 반해 F1 제품의 경우 13인치여서 별도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해야 한다.

또 일반 타이어의 교체 주기가 8만㎞ 정도이지만 F1 타이어의 생명은 300㎞ 이내다. 대회마다 모든 선수에게 각각 21세트씩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상당한 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브리지스톤이 F1 경주를 위해 매년 투자한 금액은 100억엔(약 1342억원)에 달했다.

국내 F1 대회 운영법인인 KAVO의 김재호 부장은 "올해부터 F1 한국대회까지 열리지만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한 형편"이라며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 중에선 타이어업체의 F1 참여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제6공장을 지으면서 별도 모터스포츠 제품용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