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충청권에서는 지식층을 중심으로 "몇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꿈이 결국 물거품되고 마는 거냐"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의외로 많았다. 일부 주민들은 "무엇이 충청권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냐"를 놓고 냉정하게 되짚어 봤어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희 세종시발전주민협의회장은 "대기업은 물론 국내 최고의 대학들도 등을 돌리고 과학벨트마저 물건너 간다면 남는 거라곤 속빈 강정뿐"이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세종시를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지난 22일 국회상임위에서 수정안이 부결됐을 때도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말은 못해도 10명 중 서너 명은 매우 아쉬워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대전청사의 충청권 출신 모 국장급 간부는 "유령도시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원안을 선택한 충청인들의 결정이 과연 현명한가 되묻고 싶다"며 "정부대전청사의 전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정부부처가 내려온다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커녕 일부 식당이나 술집,대형마트 정도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행정기관들을 따라 대전으로 이전한 기업이나 관련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당초 정부청사 이전을 앞두고 연구기관들이 내놓았던 경제 파급효과는 인구 8만명 증가에 1만명 고용창출,소득 유발효과 1437억원 등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공근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세 등 세금 및 직접 소비 외에 기대됐던 생산유발 효과도 미미하다는 게 지역경제계의 분석이다. 세종시 문제가 법적으로 완결되면서 원안 추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하는 현지인도 많았다. 연기군에 사는 김호영씨는 "원안에도 이견이 없지 않지만 빨리 공사하는 게 민심을 수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연기 ·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