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요정'과 '에메랄드 지옥'. 두 가지 상반된 별명을 지닌 술이 있다. 화가 고흐와 피카소를 비롯 천재시인 랭보,소설가 헤밍웨이 등이 사랑한 그것은 신비로운 녹색을 띤 압생트(Absinthe).

프랑스를 중심으로 당시 상류층과 예술계에서 시작해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찰랑이는 초록의 유혹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압생트의 원료 중 하나인 향쑥으로 인해 환각과 중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자 초록의 마주(魔酒)로 일컬어졌다. 급기야 1905년 유럽 각국은 압생트 금주령을 내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압생트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다. 독성의 주된 원인은 70도에 달하는 알코올 도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국 압생트는 원료의 독성 성분을 엄격히 제한하고 알코올 도수를 낮춘 후 2000년대 후반 1세기 만에 극적으로 부활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초록의 요정'을 부르고 있다. 인류는 급속한 경제 발전을 통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얻었지만 환경 파괴,에너지 위기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PC 한 대를 하루 4시간씩 1년간 사용하는데 37.7㎏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약 14그루의 나무가 없어지는 것과 맞먹는다. 이처럼 정보기술(IT)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가 찾은 해답은 IT를 활용해 자연환경 보존에 보탬을 주는 '그린 IT'다. 이는 저전력,친환경 IT를 넘어 자연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PC나 서버,가전제품 등 IT 기기의 저전력화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그리드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2025년이면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도 등장할 예정이다. 지능형 교통시스템,원격 진료 등 신규 IT 융합 기술을 통해 생활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 자연이라면,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산물은 IT라 할 수 있다. 그 둘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린 IT다.

19세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낸 예술가들의 압생트처럼 21세기의 무한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IT가 초록 요정이 됐으면 한다.

황중연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