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일 뿐이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 교수)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것이 새롭게 잉태할 파장을 가장 우려했다. '원안'에 '플러스 알파(+α)'를 놓고 또다시 국론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무엇보다 여 · 야 간 소모적인 정쟁(政爭)을 빨리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안+α' 논의도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므로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정쟁부터 그만해야

김영봉 교수는 "앞으로 +α를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국론 분열이 계속될 텐데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도 "보나마나 국민투표 얘기가 나올 것이고 수도분할 얘기도 등장할 것"이라며 "정치권이 앞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갈등과 국론 분열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국가 정책이 당리당략과 정파 갈등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정부와 정책의 신뢰 저하라는 악영향이 우려된다"(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제적으로 수정안이 훨씬 낫다고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났지만 부결된 만큼 지금은 이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며 "너무 오랫동안 국론이 분열됐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보다도 갈등을 봉합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쟁을 그만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안+α'논의는 정치적 술수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원안+α'는 또 다른 분열의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 원장은 "원안+α 논의는 지역 민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또 하나의 술수에 불과하다"며 "이런 논의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대로 가면 될 것"이라며 "+α를 얹어주면 또 다른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교양학부)는 "지금 +α를 주겠다고 하면 다른 지역 혁신도시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며 "당장 충북의 경우 우리가 '블랙홀'(충남 세종시) 옆에 살아서 모든 게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안 갖고 효용성 있게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따라서 '+α'가 아닌 원안을 갖고 어떻게 최대한 효용성 있게 추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재로선 차선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원안으로 가더라도 국회는 서울에 있고 행정부는 아래 있어서 생기는 비효율 문제를 어떻게 최소화할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수정안이 부결된 마당에 정부로선 원안을 성심껏 추진하는 게 당연한 임무"라며 "원안으로 가면서 만약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알아서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후진성 반성하는 계기 삼아야

이번 일은 결국 정치의 후진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경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유치하고 원전도 수주하는데 정치가 곪아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라 발전이 없다"며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도 "이번 일을 기점으로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정치 수준을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이상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