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58)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재무통(通)답게 회사 실적 등 숫자를 끄집어낼 때는 소수점 자리까지 얘기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자동차 부품산업이 기계 중심에서 친환경 전자장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현대모비스는 10년 후 최고의 자동차 전장품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실적을 어떻게 예상하나요.

"상반기 실적은 좋은 편입니다. 현대 · 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선전한 덕분이죠.모비스 매출 중 현대 · 기아차 비중이 꽤 높은 편이거든요.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현대 · 기아차 비중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그게 고민입니다. 사후관리(AS) 부품까지 다 합쳐도 비(非) 현대 · 기아차 납품 비중이 22.5%에 그치니까요.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매출만 놓고 보면 이보다도 적은 10% 선입니다. 이 비중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원자재값 상승과 원화 절상 추세가 좀 우려스럽죠.특히 원화 강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 같습니다.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서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노사관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노조도 협조적이고요. "

▼현대모비스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작년에 제2 도약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죠.과거 10년을 돌아보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작업이었습니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목표도 이때 세웠죠.각 본부장 및 연구소장과 같이 3개월간 작업해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어요. 골자는 친환경,지능형 사업구조로 개편한다는 거예요. LG화학과 제휴해 배터리팩 생산업체 HL그린파워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전자화 추세에 대비해서는 170개 정도의 기술 로드맵을 만들었어요. 2개월마다 한 번씩 전장품 역량 강화 회의를 열어 자동차 업계가 지능형 전자화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체크하고 있어요. "

▼차량 전자화 관련 국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글로벌 톱 수준의 해외 경쟁사보다 뒤처진 게 사실입니다. 친환경 전자화의 핵심 요소는 인재,기술,재원,속도,협력업체,품질 등 6가지를 꼽는데,이 중 단시간 내 육성하기 어려운 게 사람입니다. 해외까지 나가 연구원 등을 뽑고 있는데 많이 어렵죠.국내엔 기계 쪽 인프라는 잘 돼 있는데 전장 쪽은 열악해요. 관련 협력업체들이 동반 성장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한국이 전자와 IT 강국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군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덕분에 메모리 분야는 괜찮아요. 문제는 비메모리 쪽이죠.경험있는 사람이 굉장히 적어요. 주요 대학과 산 · 학 협력을 하고 기술포럼도 발족했지만 쉽지 않아요.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전자장비 쪽 원가의 20~3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이 쪽 시장 규모가 연 30조원 이상이니 상당한 금액이죠.국산화율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

▼연구개발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작년 2000억원 정도였던 연구개발(R&D)비를 올해 3500억원으로 75% 늘릴 계획이에요. 전체 부품 매출의 약 8.5%죠.2015년엔 6500억원을 투자할 거고요. 친환경 분야를 비롯해 기계와 전자부문 융합기술 쪽에 집중할 것입니다. "

▼기술개발 과정에서 특허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연구소 내에 특허 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리사가 2명 있어요. 처음 기술개발에 착수할 때부터 타사 특허를 어떻게 회피할지 연구합니다. 덕분에 특허 관련해서 시비가 걸린 적이 없지요. "

▼전기차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다만 과거에도 그랬듯 어느 순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이 때를 대비해야죠."

▼현대모비스의 벤치마킹 대상이 있다면.

"글로벌 부품업체로는 독일 보쉬와 일본 덴소가 대표적입니다. 모비스는 덴소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요. 벤치마킹 대상을 꼽자면 덴소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버려야 할 부분도 있지만 말이에요. 덴소는 연구원만 1만1000여명이에요. 모비스 연구원이 현재 1400명 정도이니 대폭 늘려야 합니다. "

▼해외에서 기술 전시회를 계속 열고 있는데요.

"6월엔 포드 구매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기술 로드쇼를 열었죠.그동안 다임러 푸조 GM BMW 크라이슬러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고,덕분에 납품 요청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모비스의 기술 수준과 원가 경쟁력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 합니다. 현대 · 기아차의 주요 납품업체라는 점 때문에 품질 면에서도 신뢰를 주고요. 해외 업체에 대한 수주 잔액이 총 52억8000만달러에 달합니다. "

▼한국차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높아졌는데요.

"한국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품질 면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죠.미국에 가보니까 현대차 YF쏘나타를 시승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더군요. 이제 내구성 등 모든 면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간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유지비 면에서는 국산차가 월등하고요. "

▼현대모비스는 인수 · 합병(M&A)에 대해 좀 보수적인 듯합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글로벌 경기 침체 땐 다수의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했어요. 다만 사업구조가 겹칠 경우에는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제외했고요.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에 대해선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어요. 사내 유보금은 1조3000억원 정도입니다. "

▼그동안 내부 혁신을 많이 강조해 오셨죠.

"2005년 사장으로 임명된 후 혁신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과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7년 경영혁신실을 신설했죠.이 부서를 중심으로 전 사업부문에 걸쳐 혁신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 결과 해외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활동을 강화해 작년 기준 글로벌 12위 규모로 외형을 키울 수 있었죠.동시에 국내외 물류거점을 대폭 확대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다행히 서서히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네요. "

▼재무 분야에 오래 계셨는데요.

"재무 쪽 일을 하다 보니 회사 경영 상태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총괄하는 입장에서는 전체를 보는 게 중요하죠.지금은 기업 매출의 기본이 되는 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뭘 먹고 살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는 거죠.언젠가부터 재무 쪽은 오히려 잘 못챙기더군요. "

▼지금 주가에 만족하시나요.

"주가는 시장에서 평가해주는 것이죠.거짓말을 하거나 고객 신뢰를 잃을 경우 시장이 냉정하게 판단할 것입니다. 시장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개인적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주 배당도 꾸준히 할 것입니다. "

조일훈/조재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