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판매업체인 KEC가 30일 자사의 생산공장인 경북 구미공장을 직장폐쇄했다. 이로 인한 예상 피해금액은 116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했다.

KEC의 생산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며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오전 11시16분 현재 하한가에 매도하려는 잔량은 약 860만주에 이른다. 사흘 만에 급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KEC 경영진들은 타임오프(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도 적용을 놓고 노동조합(노조)이 파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불법'이라고 결론내리고, 강경한 대응책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EC 노사가 이렇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이 투자자들은 주가급락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더욱이 이달 중순께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애널)가 당시 KEC 주가의 약 두 배(2350원)에 달하는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매수'할 것을 권고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리포트가 나온 이후 일주일간 기관은 물론 개인, 외국인들까지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KEC 분석리포트가 나온 뒤 주가는 연일 급상승하며 상한가 두 번을 포함, 불과 3일 만에 32%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리포트가 발표되기 이틀 전부터 약 일주일 간 상승률은 50%에 육박한다. 1주당 1200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180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 애널은 KEC에 대해 "올해 영업실적이 급격히 턴어라운드(호전)하고, 올해 영업이익은 27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 애널의 '긍정적'인 평가는 생산중단이 발표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는 이날 KEC의 생산중단 결정을 전해 들은 뒤 "KEC가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파업 등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6월 중 제품 재고를 많이 쌓아둬 7월 매출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KEC의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있는데 민노총이 타임오프에 대해 강경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진은 이에 대해 불법이라고 간주하고 생산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조 파업이 7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8월 예상매출액 대비 20% 가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올 2분기 영업실적은 여전히 긍정적이며, 파업이라는 단기적인 이슈로 KEC의 펀더멘털(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애널의 이 같은 분석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몰캡 애널은 "일시적 생산중단이어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재고가 많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라인 생산 중단은 자동차 생산 라인 중단과 달라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해도 향후 재가동시 수율과 생산 정상화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생산중단 금액이 지난해 생산총액대비 45%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반영된 2분기 영업실적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3분기 실적부터는 생산중단에 따른 이익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3분기 이후 이익조정 등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느 게 이 애널의 진단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