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주류업계 월드컵 마케팅의 승자는 맥주와 막걸리로 나타났다. 맥주와 막걸리가 선전하면서 소주 양주 등 다른 주종은 오히려 매출에 타격을 입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특수가 나타난 6월1일부터 27일까지 맥주 출하량은 1664만상자(500㎖ · 20병 기준)를 기록,전년 동기의 1405만상자에 비해 18.4% 급증했다. 하이트맥주가 935만상자를 출하해 16.2% 증가했으며,오비맥주는 729만상자로 21.4%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2년 한 · 일 월드컵이나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와 비교해 더 높아진 것이다. 2002년 6월엔 맥주 판매가 5% 증가했으며 4강에 진출했던 7월에는 18% 급증했다. 2006년 6월엔 12% 늘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의 출하 목표량을 초과 달성했다"며 "지난해부터 막걸리 판매가 늘어나면서 고전해 왔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도 출하량이 늘었다. 막걸리는 지난해와 매출 격차가 커 전달과 비교했다. 국순당은 이달에 5월보다 10% 늘어난 800만병가량을 내놓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순당 관계자는 "응원용으로 내놓은 생막걸리 200만병이 매진되는 등 2분기 매출이 1분기에 비해 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상면주가는 6월 184만병을 출하해 전달에 비해 72% 급증했으며 서울탁주는 전달인 5월과 비교하면 출하량이 비슷하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6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소주 양주 등은 판매가 대폭 감소했다. 진로의 경우 소주 출하량이 지난 1~27일 377만 상자(360㎖ · 30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나 줄었고,롯데주류도 '처음처럼'의 출하량이 105만상자로 5.4% 감소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직장인들이 빨리 귀가하거나 평소 소주를 찾던 사람까지 단체응원 도중 맥주를 마신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막걸리 시장 확대,더워진 날씨 등의 요인이 겹쳐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양주업계도 5%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양주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 손님들이 맥주집으로 몰리면서 양주를 주로 소비하는 유흥업소들의 장사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양주시장은 지난 5월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상반기 전체로는 2% 정도 축소된 것으로 관측된다.

주류업계는 지난 두 달간 월드컵을 겨낭해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고 길거리 마케팅을 펼치는 등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특히 막걸리가 판촉전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3~30% 줄어들었던 맥주 소주 양주 등이 수성을 다짐해 관심을 모아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