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기로에선 서남표式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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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에 대한 왕따인가, 독선적 개혁의 한계인가. 대학개혁 바람을 몰고 왔던 서남표 KAIST 총장의 연임 문제가 특정 대학의 차원을 넘어 교육계,과학계 전반의 논란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2일 열리는 KAIST 이사회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이 중대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교수정년에 대한 엄격한 심사,성적부진 학생에 대한 등록금 면제 혜택 박탈,100% 영어 강의 도입 등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해외에서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KAIST는 2006년 198위였던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2009년 69위로 급상승했다. 미국의 대학신문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은 '한국에 변화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싸움'이란 제목으로 서 총장의 개혁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안에서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며 KAIST에 기부금을 몰아주고 이에 자극받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다른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개혁에 나섰지만, 학교 내에서는 서 총장이 독선적이고 소통이 안되는 독재자에 가깝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그의 대학개혁만이 아니다. 서 총장은 한국도 혁신적인 연구를 할 때가 됐다며 온라인 전기자동차, 모바일 하버 등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에서 과학기술 예산을 확보하는 새로운 선례도 만들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프로젝트를 한 면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한국이 더 이상 선진국을 모방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일부 과학계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허황된 연구에 정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대체 무엇이 서 총장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를 낳는 것인가. 개혁의 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혁의 정착이고 보면 평가의 극명한 격차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이방인에 대한 왕따라면 우리 사회는 솔직히 희망이 없다. 역사적으로 이방인을 거부하는 폐쇄적 시스템을 고집한 조직이나 나라치고 성공한 곳이 어디 있던가. 미국인 러플린 총장이 개혁을 시도해 보지도 못한 채 임기 중 쫓겨난 데 이어,한국계 미국인 서남표 총장은 개혁을 시도하긴 했지만 저항에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고 하면 한국에서 이방인이 설 땅은 더 이상 없다.
만약 서 총장의 독선적 개혁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 그것은 그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몫이다. 서 총장은 자신이 이대로 물러나면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용수철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을 아는 서 총장이 개혁의 정착을 위한 소통에는 왜 신경쓰지 못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와 학생들에게 '경쟁하라'고 주문한 것처럼 서 총장 자신도 경쟁해야 한다. 소통은 개혁의 성공을 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서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든, 새 총장이 뽑히든 이에 상관없이 대학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문제는 KAIST의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이다. 지금 교육계 및 과학계에는 교과부가 서 총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누가 후임 총장이 되든 개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교과부가 대학개혁, 그것도 대학의 자율적인 개혁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차라리 중립을 지켜라.KAIST의 선택에 한번 맡겨보라는 얘기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교수정년에 대한 엄격한 심사,성적부진 학생에 대한 등록금 면제 혜택 박탈,100% 영어 강의 도입 등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해외에서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KAIST는 2006년 198위였던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2009년 69위로 급상승했다. 미국의 대학신문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은 '한국에 변화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싸움'이란 제목으로 서 총장의 개혁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안에서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며 KAIST에 기부금을 몰아주고 이에 자극받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다른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개혁에 나섰지만, 학교 내에서는 서 총장이 독선적이고 소통이 안되는 독재자에 가깝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그의 대학개혁만이 아니다. 서 총장은 한국도 혁신적인 연구를 할 때가 됐다며 온라인 전기자동차, 모바일 하버 등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에서 과학기술 예산을 확보하는 새로운 선례도 만들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프로젝트를 한 면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한국이 더 이상 선진국을 모방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일부 과학계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허황된 연구에 정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대체 무엇이 서 총장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를 낳는 것인가. 개혁의 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혁의 정착이고 보면 평가의 극명한 격차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이방인에 대한 왕따라면 우리 사회는 솔직히 희망이 없다. 역사적으로 이방인을 거부하는 폐쇄적 시스템을 고집한 조직이나 나라치고 성공한 곳이 어디 있던가. 미국인 러플린 총장이 개혁을 시도해 보지도 못한 채 임기 중 쫓겨난 데 이어,한국계 미국인 서남표 총장은 개혁을 시도하긴 했지만 저항에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고 하면 한국에서 이방인이 설 땅은 더 이상 없다.
만약 서 총장의 독선적 개혁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 그것은 그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몫이다. 서 총장은 자신이 이대로 물러나면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용수철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을 아는 서 총장이 개혁의 정착을 위한 소통에는 왜 신경쓰지 못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와 학생들에게 '경쟁하라'고 주문한 것처럼 서 총장 자신도 경쟁해야 한다. 소통은 개혁의 성공을 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서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든, 새 총장이 뽑히든 이에 상관없이 대학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문제는 KAIST의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이다. 지금 교육계 및 과학계에는 교과부가 서 총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누가 후임 총장이 되든 개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교과부가 대학개혁, 그것도 대학의 자율적인 개혁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차라리 중립을 지켜라.KAIST의 선택에 한번 맡겨보라는 얘기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