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국의 시사지 포브스는 '모토로라 짝 난 노키아(Nokia's Motorola Momen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1위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에 신랄한 경고를 날렸다. 포브스는 "노키아가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해 혁신에 실패했다"며 "노키아가 모토로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노키아와 쌍벽을 이뤘던 휴대폰업체 모토로라는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1년 뒤 포브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30일 기준으로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320억달러 수준이다. 경쟁사인 애플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또 다른 경쟁사인 림(RIM)에도 시가총액에서 뒤진다. 지난해 노키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감소한 12억유로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9%에 불과했다. 2년 전만 해도 15%가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추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역시 시장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으로 성장한 노키아,'혁신'외면


노키아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휴대폰 부문 최대 승부처인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WSJ는 노키아의 스마트폰 전략 실패가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목재 회사로 출발해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 휴대폰업체로 발돋움했던 노키아가 새로운 '혁신'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구글 림 삼성전자 HTC 등이 주도하고 있다. 노키아가 잇따라 내놓은 스마트폰 모델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위주의 저가 스마트폰이다.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AP통신은 "노키아가 높은 시장점유율에 안주해 스마트폰 기술과 서비스를 제때 개발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OS)의 경우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의 업그레이드를 등한시해왔다. 애플 안드로이드 등 다른 OS들이 철저하게 사용자 위주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한 반면 심비안은 공급자 위주의 개발에 머물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07년 60%에 달했던 심비안의 점유율은 올해 44.3%까지 줄어들었다.

하드웨어의 품질도 문제다. 노키아의 부품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고품질의 프리미엄 부품을 채용하는 반면 노키아는 주로 값싼 부품만 찾는다"고 언급했다. 저가 정책으로 가다보니 값싼 부품을 쓴다는 얘기다.

◆너무 늦은 변화,반전시킬까


노키아는 지난 5월 휴대폰 사업부를 스마트폰 부문과 일반폰 부문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마케팅부문장이던 안시 반요키를 스마트폰 부문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주요 임원진도 교체했다. 노키아는 이번 조직개편의 목적이 고가 스마트폰 개발과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혁신'이라고 밝혔다. 올초엔 심비안 OS 소스코드를 전격 공개하며 오픈소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동안 노키아의 전용 OS였던 심비안을 다른 경쟁사 및 개발자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노키아는 또 올 3분기 내에 새 심비안3를 탑재한 스마트폰인 N8을 출시할 계획이다. 심비안은 그동안 고가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