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이달 초 주가 10만원 붕괴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9만원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만원이 속절없이 무너진 뒤, 9만원이 2차 지지선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실적 전망치 하향추세를 감안할 때, 바닥을 가늠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 신저가 후 반등…주가 바닥?

28일 LG전자는 신저가를 기록한 뒤 반등했다.

LG전자는 이날 전날보다 1200원(1.29%) 오른 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만14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했지만,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저가매수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보통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LG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이 바닥이라고 본 것 같다"며 "LG전자의 주가가 바닥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어디가 바닥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3개월 전 8083억원에서 6347억원으로 21.47% 감소했다. 매출액 전망치도 15조1498억원에서 14조7461억원으로 2.66%가 줄었다.

외국인이 이날 '사자'를 외친 반면 기관은 이날까지 34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LG전자의 바닥을 더욱 낮게 보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12일부터 전날까지 33거래일 동안 LG전자 900만주, 9168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도 순매도세를 보이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방향성 제시 못하면 9만원도 붕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으니 9만원이 바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투자자를 불러들일만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 우려 외에 TV부문 수익성 악화 우려가 겹치면서 10만원을 방어하지 못했다"며 "휴대폰 부문은 신규 스마트폰과 피처폰(일반폰)을 하반기에 선보여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고, TV부문도 돈을 벌 수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TV 제품이 확충되면서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나쁠 이유가 없어 9만원 내외가 LG전자 주가의 바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준희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LED TV의 침투율이 경쟁업체 대비 확연하게 떨어진다"며 "LG전자의 파트너였던 버라이존이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넓어가고 있어, 휴대폰 부문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의 성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성장성이 좋은 다른 IT(정보기술)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LG전자를 기관들이 굳이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