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천안함 불신 좌초하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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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천안함 민 · 군 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제시했던 어뢰 설계도는 'CHT-02D'가 아니라 북한의 다른 어뢰인 'PT-97W'였습니다. "(합조단 관계자)
"그럼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엉뚱한 북한의 어뢰 설계도면을 갖고 설명한 것인가요. "(회의 참석자)
"그렇습니다. 실무자가 어뢰 설계도를 찾으러 갔다가 착오로 다른 것을 가져왔습니다. "(합참 관계자)
합조단이 지난 29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를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장 주변이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챈 합조단 관계자는 "그날 공개한 7m 짜리 설계도는 착오였지만,같이 공개한 추진체 설계도는 CHT-02D 것이 맞다"며 서둘러 사태진화에 나섰다.
전국에 TV로 생방송된 발표를 통해 공개했던 결정적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터넷에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CHT-02D의 추진체 설계도면이 실제 어뢰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기자가 국방부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단지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이라면서도 "추진 설계도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근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군 수뇌부의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됐지만 군의 미덥지 못한 행보는 여전하다. 이달 초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주한 미 대사관에 251쪽짜리 보고서를 보냈다는 것을 끝까지 부인하다가 주한 미대사관 측에서 이를 확인하자 뒤늦게 초안일 뿐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열상감지장치(TOD) 영상 추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언제 어디서 또 새로운 사실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천안함 사태 처리 과정에서 국민들은 군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하지만 군은 끊임없는 말바꾸기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을 만들겠다'는 군 지휘부의 각오가 오늘따라 공허하게 들린다.
장성호 정치부 기자 jas@hankyung.com
"그럼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엉뚱한 북한의 어뢰 설계도면을 갖고 설명한 것인가요. "(회의 참석자)
"그렇습니다. 실무자가 어뢰 설계도를 찾으러 갔다가 착오로 다른 것을 가져왔습니다. "(합참 관계자)
합조단이 지난 29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를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장 주변이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챈 합조단 관계자는 "그날 공개한 7m 짜리 설계도는 착오였지만,같이 공개한 추진체 설계도는 CHT-02D 것이 맞다"며 서둘러 사태진화에 나섰다.
전국에 TV로 생방송된 발표를 통해 공개했던 결정적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터넷에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CHT-02D의 추진체 설계도면이 실제 어뢰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기자가 국방부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단지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이라면서도 "추진 설계도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근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군 수뇌부의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됐지만 군의 미덥지 못한 행보는 여전하다. 이달 초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주한 미 대사관에 251쪽짜리 보고서를 보냈다는 것을 끝까지 부인하다가 주한 미대사관 측에서 이를 확인하자 뒤늦게 초안일 뿐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열상감지장치(TOD) 영상 추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언제 어디서 또 새로운 사실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천안함 사태 처리 과정에서 국민들은 군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하지만 군은 끊임없는 말바꾸기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을 만들겠다'는 군 지휘부의 각오가 오늘따라 공허하게 들린다.
장성호 정치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