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한국 증시 상장 설명회가 열린다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주는 국내 리딩투자증권의 일본 내 자회사인 '리딩재팬'.리딩재팬이 일본 벤처캐피털협회와 함께 오는 9일 행사를 연다. 지난 5월26일 20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1차 설명회를 연 리딩투자증권은 일본 기업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 벤처캐피털 업계를 따로 초청해 2차 설명회를 열게 된 것이다.

한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하려는 일본 기업들을 잡기 위한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이 뜨겁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지난달 1,2일 도쿄에서 '한국 증시 상장 설명회'를 가졌다. 미래에셋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일본 기업의 IPO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 대우 · 삼성증권 설명회에는 200여명의 기업인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리딩투자증권 행사에는 150여명의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딩투자증권은 9개 일본 기업과 국내 증시 상장을 논의하고 있으며,대우 · 삼성증권은 3개사와 IPO 관련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IBK투자증권도 지난달 10일 사무기기업체 '오피스24',야채유통업체 '푸드디스커버리'의 국내 IPO를 주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역동성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코스닥 상장 예심을 통과한 일본 클릭증권 관계자는 "일본 증시 침체로 신규 상장기업이 주목받기 힘들어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리딩투자증권 전무도 "일본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일본 시장보다 쉽다는 이유에서 투자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상장요건이 덜 까다롭다는 것도 이유다. 상장을 위한 최소 소액주주 숫자가 한국 유가증권시장은 1000명 이상인 데 반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2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시가총액도 500억엔(650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200억원 이상이면 가능하다.

증권업계에선 일본 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한국 자본시장은 물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성주 삼성증권 이사는 "부품 ·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이 국내 상장 후 인수 · 합병(M&A)을 통해 한국 기업에 매각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벌써 국내 기업들 사이에 관련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