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넘긴 우리금융 민영화…뭐가 꼬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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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위원장 "7월중순 발표"
매각방법 놓고 정부내 이견…'변양호 신드롬'도 영향 미친듯
매각방법 놓고 정부내 이견…'변양호 신드롬'도 영향 미친듯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부의 최종 결단이라는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민영화 방안 발표가 7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공언한 상반기 발표라는 시한을 넘긴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위원장은 연기 사유로 "관계기관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며 공적자금관리위원들의 해외 출장으로 전체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공자위 내부의 지적이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정부 내에 뭔가 다른 기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진 위원장의 핑계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지 않을 거라면 발표 시기를 왜 미루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공언한 시한 내에 관계기관 협의도 마치지 못하고 공자위원 일정도 사전에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민영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진 위원장이 말한 '관계기관과 협의'는 청와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민영화 방안에 청와대가 '노(No)'를 했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민영화 방안을 특정하지 않고 인수희망자의 제안을 받아 최종 결정하되 자회사인 경남 · 광주은행은 분리 매각한다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정부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추가 검토를 지시,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금융위가 책임질 일을 안 하기 위해 결정을 시장에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제안을 받아 결정할 경우 6조원에 달하는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56.97%)을 떠안을 주체가 없어 분산 매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뭔가 다른 방식을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검찰수사와 재판까지 받은 사건이 공직사회의 책임 있는 업무추진을 위축시킨 '변양호 신드롬'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진 위원장은 그러나 "여러 억측이 있지만 정부의 민영화 의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 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컨센서스는 우리금융의 리더십을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자위 내부 논의도 마무리 단계인 만큼 7월 중순 이후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며 "그때 가서 얘기하자"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수차례 시도됐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번번이 실패한 것과 같은 유사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2007년 우리금융 주가가 지금의 1.7배 수준인 2만5000원을 넘었을 때도 정부가 보유지분을 팔지 못한 것 역시 결국 좌고우면 탓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일단 7월15일 전후로 공자위 전체회의를 열어 민영화 방안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약간 시일이 늦춰졌지만 크게 보면 민영화 작업이 지체되는 것은 아니다"며 "연내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