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정부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일시적인 세 부담 증가를 줄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뚜렷하지만,장기적인 과세정책의 신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무난하지만 구체성 부족해 아쉬워"

우선 핵심이슈였던 감가상각과 대손충당금을 그대로 '결산조정' 항목으로 유지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특례조항을 통해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에 대해 부분적으로'신고조정'을 허용하는 성의를 보였다. 2013년까지 취득한 유형자산은 신고조정을 통해 현행과 같은 수준의 세금만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감가상각에 대한 결산조정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도입 초기 세금저항을 완화하는 절묘한 해법을 내놓았다"며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취득한 유형자산을 감가상각할 때는 상각방법에 대한 신고조정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변경한 경우 현행 세법에 비해 만만찮은 추가 세금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핵심이슈인 대손충당금의 신고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도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된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현행대로 결산조정 항목으로 남겨두고 대신 2년간 충당금 환입액의 이익금 산입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2년 후 대손충당금 추정방법이 재정부의 예상대로 바뀌지 않을 경우 '세금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심태섭 단국대 교수는 "2년 뒤 대손충당금 추정방법이 정부의 생각대로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자칫 매출은 안 잡히는데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 · 회계방식별 형평성 보완해야

정부는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세부 이슈와 항목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며 "IFRS 도입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분납이나 유예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과세형평성 측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피해 기업이 정유사들이다. IFRS에서 인정하지 않는 재고자산 평가방법인 '후입선출법'을 총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으로 바꾸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하게 되는데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GS칼텍스의 경우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바꾸자 지난해 순이익이 종전 기준 4101억원에서 새 기준으론 6582억원으로 불어나 그만큼 법인세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은행권도 대손충당금의 신고조정 무산에 따른 세금증가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기준에 따라 '정상' 채권에 대해서도 0.5%의 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부채로 잡힌 이 충당금이 IFRS에서는 자본으로 적립돼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부터 갑자기 대손충당금이 줄면 자산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도 예상매출 인식시점 변경에 따른 배려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IFRS는 공사가 완공됐을 때 매출이 인식되는 반면 세법에서는 공사진행 정도에 따라 매출을 잡기 때문에 세금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보험이나 해운업종에는 반가운 결과들이다. 보험사는 전쟁 자연재해 등 예기치 않은 손실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해둔 비상위험준비금이 현행 결산조정에서 신고조정으로 허용돼,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기능통화를 도입한 일부 해운사도 세법에서 기능통화 제도가 수용돼 수혜가 예상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용어풀이] 결산조정·신고조정

세법은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근거를 제시한 법이다. 반면 재무제표는 기업의 영업이나 경영상태를 보여주는 회계목적의 장부다. 따라서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당기순이익은 세법에서 과세표준으로 삼는 '각 사업연도 소득'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법인세 계산과정은 우선 결산서상의 당기순이익을 구한 뒤(결산조정),이 순이익에 세법 규정과 차이가 나는 사항들을 가감(신고조정)해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산출하게 된다. 결산조정 항목은 결산상 회계처리를 해야만 손금으로 인정되며,신고조정 항목은 결산상 회계처리하지 못한 경우에도 손금으로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