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가 시작되는 1일 국내 증시는 대외변수들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중 1700선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신용등급 하향 우려로 미국 증시가 하락 마감했고, 유럽 7월 위기설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중국 경기선행지수 하향 조정 여파가 남아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한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2분기 기업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 연기금 매수세 등을 감안할 때 지수의 하방경직성은 어느정도 확보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5월 산업생산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1.5%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결과를 내놓는 등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 기조를 이어간 연기금이 지수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내년에 18%까지 올려 올해 대비 1.4%포인트 확대할 것이라는 '2011년도 국민연금 기금 운용 계획'이 발표된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전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비해 20%가량 증가하면서 최대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2분기 기업 실적 발표 시기를 앞두고 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가 다소 정체되는 양상이라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펀드 환매 조짐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59억원이 순유입됐다. 15거래일 만에 순유입으로 전환된 것.

3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스페인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하락 마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자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스페인의 경제 성장전망이 악화될 수 있다며 현재 'Aaa'인 등급을 앞으로 1, 2단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0.98% 내린 9774.02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01%,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21% 하락했다.

◆ 유럽 7월 위기설 부각 이유는?

전문가들은 유럽 7월 위기설이 다시 불거진 것은 이달 말 스페인이 대규모 국채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1일(현지시간) 지난해 6월 ECB(유럽중앙은행)가 1% 금리로 은행권에 제공한 4420억유로 규모의 대출만기가 돌아온다는 점도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ECB는 3개월 단기대출을 통해 자금을 추가 공급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 힘든 상황인 만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거의 유일한 경기회복 수단인데, 문제가 확산된 이후에나 마지못해 행동에 나서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코스피 하방경직성 확보된 상황"

전문가들은 양호한 펀더멘털(내재가치)과 기업들의 실적개선 등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보장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강한 상승 흐름을 전망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코스피 지수의 하방경직성은 확보된 상황"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측정 지표들은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세계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대변하는 TED스프레드는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럽 지역의 시스템 리스크에 민감한 지표인 유로화 환율 급락세가 일단락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 2분기 실적 발표 앞둬…실적 중심으로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 요인들이 산재해 있는 만큼 실적을 바탕으로 한 업종 및 종목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승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 시즌은 경기 모멘텀 둔화 및 거시경제 변수에 대한 불안으로 실적 컨센서스상승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며 "과거 실적 전망치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기업들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점에서 실적 전망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종목 중심으로 실적 시즌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의 수급·모멘텀, 세계 경기를 종합해 보면, 코스피의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2분기에도 실적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IT(정보기술), 자동차, 화학 업종 중심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하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