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월드컵유치 뇌물공여 조사"

잭 워너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호주축구협회(FFA)가 FIFA 집행위원들에게 제공한 선물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달라고 요구해 받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워너 부회장은 2008년 프랭크 로위 FFA 회장이 2018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를 공식발표하기 전 상당수의 FIFA 집행위원 부부를 시드니로 초청, 자신의 집에서 만찬을 베풀면서 모두 5만호주달러(5천만원상당)에 달하는 진주 목걸이 등 보석류를 제공했을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선물 제공 사실을 추후에 알고 FFA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선물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시가 2천호주달러(200만원상당)의 진주 목걸이를 받아 부인에게 건넸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FFA 내부 문건을 인용해 1일 전했다.

FFA는 "진주 목걸이는 FIFA의 선물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FFA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고용한 로비스트 피터 하지테이는 호주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할 경우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딸을 취직시켜 달라면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FFA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FFA가 오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유럽에서 활동중인 로비스트 2명 및 소속 컨설팅업체게 모두 1천137만호주달러(113억원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FFA는 로비스트 피터 하지테이에게 135만호주달러(13억5천만원상당)를 이미 제공했으며 월드컵 유치에 성공할 경우 추가로 254만호주달러(25억4천만원상당)를 주기로 했다.

또다른 로비스트 페도르 래드만과 그가 소속된 컨설팅업체에는 성공보수를 포함해 700만호주달러(70억원상당)가량을 제공했거나 주기로 돼 있다.

이 신문은 "워너 부회장은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각종 이권을 요구해 온 인물"이라며 "그는 호주 정부가 최근 10년사이 겪은 가장 추악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호주는 FIFA가 최근 2018년 월드컵은 유럽에서 개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2018년 유치 신청을 서둘러 철회하는 대신 2022년 월드컵 대회 유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트 엘리스 연방정부 스포츠부장관은 "FFA가 2022년 월드컵 유치와 관련, 로비스트들에게 지급한 수수료에 대해 엄정한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FFA의 예산 지출은 보고대상이며 검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예산이 제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