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 지주사인 ㈜SK와 '지주사 위의 지주사' SK C&C. 최근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역전됐다. 작년 11월 상장한 SK C&C 주가는 상장 이래 크게 오른 반면, ㈜SK 주가는 올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1일 SK C&C는 전날보다 900원(1.07%) 오른 8만4900원에 마감했다. 닷샛째 오름세다. 장중 8만5300원까지 상승, 사상 최고가 기록도 다시 한번 새로썼다.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도 최근 '사자'로 돌아서 주가를 밀어 올렸다. 반면 ㈜SK는 이날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83% 떨어졌다.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면서 시가총액도 역전됐다. 이날 SK C&C의 시가총액은 4조2450억원으로, ㈜SK(4조293억원)를 추월했다. 두 회사의 합병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총액까지 역전되자 합병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정일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장 합병을 한다고 가정하고 합병비율을 1대 1로 정한다면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기원 씨의 지분율이 30%를 웃돈다"며 "그룹의 지배력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기원 씨는 SK C&C 지분을 각각 44.5%와 10.5%씩 보유중이다.

그러나 당장 합병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정 연구원은 "상호출자 문제와 계열분리 가능성, SK증권 처리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며 "합병은 그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다 안정적인 지분을 위해서는 SK C&C 주가가 더 올라 ㈜SK 시가총액의 두 배는 되어야 한다"며 "SK C&C 주가를 추가적으로 끌어 올린 이후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합병비율이 2대 1은 되어야 지분율이 40%를 웃돌고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할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SK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 ㈜SK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합병을 가정하고 SK C&C 주가가 오를 경우 합병법인의 적정 가치를 위해서는 ㈜SK의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 연구원은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반영된 SK C&C와 NAV(순자산가치) 디스카운트 비율이 50%가 넘는 ㈜SK가 합병하면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가 상쇄되는데, 현 주가를 기준으로 해도 절대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아니다"며 "SK C&C 주가가 더 오를 경우 ㈜SK의 하락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