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망·랑방, 양말 브랜드 아니었어?…재킷 한벌에 2000만원 '특급명품'
40~50대 남성들에게 '발망(BALMAIN)'과 '랑방(LANVIN)'은 양말이나 수건,또는 우산에 붙어 있는 상표로 기억될 뿐이다. 가끔 백화점 좌판에 펼쳐진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뒤적일 때 마주치던 브랜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20~30대 '명품녀'들이 발망과 랑방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저씨'들과는 180도 다르다. 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잘 나가는' 브랜드인 데다 바지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특급 명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샤넬 프라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은 '명품 브랜드의 집합소'로 불리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에 입점해 있다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발망과 랑방은 요즘 국내에서 가장 '뜨는' 여성 브랜드"라며 "특히 랑방은 명품관 이스트에 입점한 여성 의류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한국에선 '양말 브랜드'로 취급받던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당당히 명품 대접을 받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다. 양말 우산 수건 등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에 브랜드 사용권만 빌려주던 라이선스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최고급 라인을 들여온 것.랑방과 발망이 최근 몇년간 해외 컬렉션에서 주목받은 '핫 브랜드'란 점도 '서민 브랜드' 이미지를 벗는 데 도움이 됐다.

발망을 수입판매하는 제일모직의 신민욱 해외상품사업부 과장은 "작년 3월 발망을 처음 들여올 때만 해도 '국내에선 브랜드 이미지가 나쁜데 과연 될까'란 걱정을 했었다"며 "하지만 최신 트렌드에 밝은 여성들은 이런 점보다는 발망이 세계가 인정하는 인기 브랜드란 점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희승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과장은 "발망 양말은 1000~20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발망 재킷은 1000만~2000만원을 줘야 손에 넣을 수 있다"며 "발망 본사도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망은 갤러리아 명품관과 서울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 등 2개 매장에서 월평균 2억5000만원어치나 판매되고 있다. 작년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제일모직은 올 가을에 세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랑방도 직수입품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나자 갤러리아 명품관과 롯데 에비뉴엘,현대백화점 본점에 이어 추가로 매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한섬 관계자는 "랑방은 지금도 라이선스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검증받은 업체에 한해 고급 라인만 생산하고 있다"며 "한섬이 생산하는 '랑방 컬렉션'은 랑방 수입품보다는 저렴하지만 국내 고급 브랜드인 '타임'보다 20%가량 비싸며 우성어패럴이 만드는 '랑방 와이셔츠'도 2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니나리찌' '지방시' '발렌시아가'도 해외에서처럼 특급 명품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니나리찌와 지방시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1%와 102% 늘어났다. 발렌시아가 역시 '모토백'을 앞세워 한국 명품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