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난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하반기 경제회복세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분배를 강조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오바마노믹스'가 미래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의 인력 채용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앨런 멜저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은 '왜 오바마노믹스가 실패했는가'라는 기고를 통해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이 기업 투자와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의료보험 개혁과 '배출총량거래제(cap and trade)'를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줄곧 의료보험 개혁이 기업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채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멜저 교수는 "어떤 기업이 얼마나 부담해야 할지 모르는 배기가스 배출총량거래제도 결국 기업의 미래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도 '구두'에 그쳤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수출로 돈을 벌어야 해외 차입금을 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오바마 경제팀의 오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경기부양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케네디-존슨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영속적인 한계세율과 법인세 인하 효과를 간과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1981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법인세를 내리자 미 경제는 1년 후 성장하기 시작했고 18개월 후에는 성장률이 9%를 웃도는 등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1980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도 이코노미스트 360명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침체기에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라 장기 문제를 풀려는 정책을 고집한 덕분에 미래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개선됐고 실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재정적자 시한폭탄과 일자리 없는 성장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짜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에서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부양 효과가 소진되면 경제회복세가 미약해진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확대재정을 통한 정부 주도의 경기 활성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라신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며 "이제 점진적인 방식으로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확대재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대재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