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과 전기동의 7월 공장 출하가격이 올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아연은 6.9% 급락하며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알루미늄 가격은 정규판 기준으로 ㎏당 30원씩 인하됐다.

이들 제품 가격 하락은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 미국 경제의 '더블 딥'(이중 경기침체)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비철금속 국제시세가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아연괴 11개월 만에 최저

고려아연은 1일 자동차 및 가전용 강판의 도금재료 등으로 쓰이는 아연괴(塊 · 덩어리) 7월 출하가격을 지난달보다 6.9% 낮은 t당 237만4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8월(223만30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유일의 전기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도 이달 전기동 가격을 전달보다 0.8% 인하,t당 819만2000원으로 고시했다. 역시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이다.

알루미늄 업체들도 가격을 소폭 내렸다. 건자재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알루미늄 1000계열 정규판(400×1200 1T)의 경우 ㎏당 가격이 4060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30원 떨어졌다. 조일알미늄 관계자는 "규격에 따라 ㎏당 가격이 3830~4220원으로 다양하게 정해지는 데 일률적으로 30원씩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국제시세 하락폭이 원화 오름폭 앞질러

국내 비철금속 제품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달 원화 환율 오름폭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국제가격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달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평균 1224원으로 지난 5월보다 4.2% 올랐다. 이에 반해 지난달 국세 아연시세는 11% 이상 떨어졌다. 5월 t당 2398.88달러이던 LME아연 평균가격(3개월물)은 지난달 2002.29달러로 하락했다.

유럽이 여전히 재정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인 데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중국마저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게 악영향을 미쳤다.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다른 비철금속도 비슷한 양상이다. LME의 전기동 가격(3개월물)은 5월의 t당 평균 6874달러에서 지난달 6530달러로 4.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 가격(3개월물)도 t당 2069.71달러에서 1961.36달러로 하락했다.

조달청의 황영수 원자재시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전세계 제조업 경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올해 초에 비해 이미 크게 떨어진 비철금속 가격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며 "올 하반기 비철금속 시장은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