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과 맞물려 노조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전체 노조 전임자 204명에 대해 즉각 무급휴직처리하는 한편 노조에 관행적으로 제공해온 차량,숙소 등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최소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 내에서도 '강성'으로 꼽혀온 기아차 지부와 사측의 타임오프 협상은 노동-경영계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기아차 사측의 강공(强攻)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조가 답변안해 전원 휴직 처리"

기아차는 그동안 사측에서 전액 임금을 보전해 주던 노조 간부 234명 중 생산 현장에 자발적으로 복귀한 30명을 제외한 204명에 대해 무기한 무급휴직 발령을 냈다. 노조 전임자 수는 총 181명이지만,선거관리위원 교육위원 등 임시 상근자 53명이 추가로 노조에서 근무해 왔다.

기아차 관계자는 "개정 노사관계법 시행으로 노조 간부 19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법적으로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노조 측에 수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누가 유급 대상 19명에 포함될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전원 휴직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30명의 전임자가 인사발령 이전에 현장 업무에 복귀해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조짐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는 노조 측에 제공해온 차량 유지비 등 각종 지원도 끊기로 했다. 이 금액만 작년 기준으로 △카니발 등 차량 27대 지원비 7억7206만원 △차량 유류비 및 세차비 1억988만원 △숙소용으로 쓰고 있는 24~32평형 아파트 3채 전셋값 및 관리비 3억6928만원 △컴퓨터 214대 등 전산기기 1억3882만원 △전화비 등 통신비용 2926만원 등이다. 급여를 포함할 경우 총 133억6900여만원에 달한다.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이 같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20년 연속 파업을 해왔다. 기아차 노조가 종전과 똑같은 유급 전임자 숫자를 계속 유지하려면 자체 조합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기아차는 이날부터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을 진행하거나 대의원 대회를 열 때도 정규 근무시간 외 시간에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사측에 19명의 유급 전임자 명단을 통보하지 않고 타임오프 무효화 투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파업 카드' 만지작

기아차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전임자 등과 관련한 특별 단체교섭을 열자고 요청했지만,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야 임 · 단협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즉각 '합법' 파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 임 · 단협 요구안에서 △현행 전임자 수를 보장할 것 △상급단체 임원으로 선출돼도 계속 급여를 지급할 것 △조합에서 따로 고용한 상근자 급여도 지급할 것 △타임오프제가 시행돼도 별도 생계비를 지급할 것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등으로 확대할 것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주말 특근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중형세단 K5 등 신차효과를 보고 있는 사측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공장 별로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점심 때마다 집회를 여는 한편 오는 9일부터 이틀간 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차 본사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16일엔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 '노 · 노 갈등' 조짐이 일고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노조 간부들이 최근 직원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아주대병원 후원으로 일본 관광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화성공장 김모 조합원은 이를 공개 비판하며 노조 탈퇴서를 제출했으며,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단식 농성을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