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명동 중앙로의 화장품숍 '아리따움' 매장.입구에는 중국어로 된 대형 입간판이 양쪽에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브랜드 '라네즈' 모델인 배우 송혜교씨의 사진과 함께 '택스프리 가능' '국제전화 무료 이용'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문구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매장 안에는 10여명의 20~30대 중국 여성들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화장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한 중국 여성이 20여분간 둘러보면서 양손에 한봉지씩 가득 구입한 화장품은 35만원어치.

박기현 라네즈 명동 직영점 매니저는 "올 들어 중국인 손님들이 크게 늘면서 외국인 매출의 7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제도가 개선된다면 중국인 비중이 높은 우리 매장은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며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점원들을 더 뽑아야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광객수,일본 넘는다.

국내 여행사들은 복수비자 발급 확대 등 중국인 비자요건 완화로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널 대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조만간 일본인 관광객을 추월해 중국이 여행업계 제1의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34만2317명,일본인 관광객은 305만3311명이었다. 장 대표는 "4~5명의 동호인들이 주말을 이용해 한국에서 골프를 치고 쇼핑도 하는 등 소규모 테마 여행이 붐을 이룰 것"이라며 "개별 여행수요가 2배가량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택스프리 담당 김영은씨는 "지난 일요일(6월27일)엔 택스프리받은 것을 기준으로 중국인은 100명에 9500만원어치를 사갔는 데 일본인 매출은 3400만원(80여명)에 그쳤다"고 전했다. 진종화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과장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5월 78%,지난달 90% 급증했다"며 "중국인 비자제도 개선에 힘입어 보수적으로 잡아도 10~20%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가,중국인 특수 기대감 고조

유통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고스란히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하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팀장은 "이번 조치로 중국 중산층 쇼핑객들이 늘어나 백화점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 본점에서 설화수 화장품과 구찌 핸드백 등 230만원어치를 구입한 우 항씨(26)는 "중국 하얼빈시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데 주로 쇼핑 목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온다"며 "비자요건이 완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남대문시장 인삼가게에서 인삼절편을 구입한 리우 위에씨(35)도 "선양에서 관광비자로 왔다"며 "복수비자가 허용되면 신청해서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카지노시장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의 김도곤 홍보팀장은 "최근 중화권 고객이 늘어 25~30%를 차지한다"며 "비자발급 요건이 완화되면 중화권 고객들이 20~30%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 대상 마케팅 치열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체들은 '중국인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달 본점 1층에 중국인 전용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중국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한편 '중국인 선호 100대 상품'을 담은 브로셔를 월별로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중국 '은련카드'와 제휴를 맺고 이달 말부터 중국인에게 발송하는 우편물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알리는 광고문구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넣기로 했다. 롯데 면세점은 최근 중국어 홈페이지 제작에 들어갔고,판매원의 중국어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명동 화장품숍들도 중국 현지 마케팅에 나선다. 화장품숍 스킨푸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에서 패션 · 뷰티잡지 등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 알려 한국 방문 시 들를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일/송태형/안상미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