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시행 첫날인 1일 전국 산업현장 곳곳에서 혼선과 갈등이 빚어졌다. 기아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노동계는 사업장에서 투쟁수위를 높이며 타임오프투쟁을 하투(夏鬪)로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 사실상 타임오프제를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금속노조 오늘 투쟁일정 확정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기아차 파업에 맞춰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유기 금속노조위원장은 "다음 주부터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파업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오는 16일 기아차와 GM대우차가 파업할 시점에 금속노조 산하 240여개 사업장이 가세해 투쟁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와 관련해 1일 전술기획단회의에서 구체적인 투쟁일정을 정하고 2일 중대위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18차례에 걸친 단체교섭을 펼쳤지만 타임오프와 관련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19년 임단협 무분규 기록이 깨질 상황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거제조선소 내 민주광장에서 단체교섭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강경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 밖에 14년 연속 무파업 기록의 다이모스,13년 무파업의 현대하이스코 등 10년 이상 이어온 무파업 사업장에도 파업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금융노사도 지난달 30일 은행회관에서 제4차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했지만 전임자 처우를 놓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파업에 돌입한 사업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부터 노조전임자 24명 유지를 주장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연금공단노조도 이날 오전 부분파업을 벌이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전면파업으로 수위를 높였다. 노조 측은 기존 11명의 전임자 중 1명만 줄이겠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 측은 6명까지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도 이날 4시간의 경고성 파업을 진행했다.

민노총도 타임오프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사무금융연맹,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 등으로 파업투쟁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7~8월 내내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처벌수위 너무 약해

하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먼저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해 편법과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이면합의 등 불법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처벌조항이 부실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근로감독관은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시정토록 자율시정 조치를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단협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게 된다. 이것도 불응하면 사법조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절차를 밟을 경우 타임오프제도의 원칙을 위반해 단협을 맺은 사업장이 사법조치를 받을 때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것으로 보여 '솜방망이'처벌이란 지적이다.

김경선 노사법제과장은 "단협 위반 시정명령은 예방적인 성격이 크다"며 "노조전임자에게 부당한 임금이 지급된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해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수는 총 1110명에 불과, 전국의 사업장을 일일이 감독해 불법사실을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타임오프의 세부시행 방법을 담은 매뉴얼 내용이 수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럴 경우 1950~1960년대 일본 노동계에 등장했던 '야미전임'(음성적으로 사측에서 임금을 지급받는 전임자)이 국내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