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옵션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대내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헤지거래는 물론 단기 변동성을 이용,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증시가 정체돼 있을 땐 소규모 자금으로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선물 · 옵션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선물거래 사상 최고,야간시장 '북적'

작년 말 32조8353억원 수준이었던 코스피200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 들어 꾸준히 늘어 지난 6월 39조6991억원을 기록했다. 유럽발 위기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던 5월에는 일 평균 거래대금이 49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지수가 1700선에서 1650선으로 곤두박질 친 5월7일에는 하루에만 64조1901억원에 달하는 지수선물이 거래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가 전날 밤 해외증시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야간선물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월 1조7500억원에 불과하던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계 코스피200 선물'의 월 누적 거래대금은 지난 5월 10조원을 돌파한 후 6월엔 11조50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정규장 지수선물 거래량의 1%를 넘어섰다.

야간선물시장 참여자의 90% 이상은 개인이다. 주간에 거래되는 지수선물 중 개인비중이 30% 선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야간선물은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전용 주문 시스템(GTS)을 이용해야 했지만 지난달부터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한층 더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엔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도 크게 늘어 외국인 비중이 7%를 넘어서고 있다"며 "장 초반 주가가 급락해 생기는 충격을 막기 위한 헤지성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선물로 지수하락 헤지

야간지수선물로 헤지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밤사이 미국이나 유럽 증시 상황이 심상치않을 경우 선물을 미리 매도해두면 된다.정규장 선물가격이 야간에 매매한 가격보다 더 떨어지면 투자자는 자신이 매도한 가격과 현재 가격간의 차이만큼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다만 야간시장에서 2% 떨어진 가격에 선물을 매도했는데 개장 이후 코스피200지수선물이 1%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1%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

야간선물 거래는 유럽 증시 마감과 미국 증시 개장이 맞물리는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다. 정규장에서 거래되는 지수선물은 현물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향후 주가 방향에 베팅하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향후 증시 상승이 예상된다면 선물을 싼 값에 미리 매수했다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물(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수선물을 사고파는 전략도 가능하다.

◆주식선물로 기관 따라잡기

주식 투자자가 선물을 활용해 좀 더 확실히 헤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식선물을 매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투자자를 예로 들어보자.지난달 고점인 83만원(21일 종가)에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매수한 투자자가 같은 날 83만3500원에 거래되는 삼성전자 주식선물 1계약(현물주식 10주)을 매도했다고 가정하자.3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77만4000원에 마감해 이 투자자는 현물에서 56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미리 팔아놨던 선물을 78만1000원에 되사들여 52만5000원의 이득을 본 이 투자자가 실제로 입은 손실은 3만500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식을 살 땐 830만원이나 되는 목돈을 투자했지만 선물 1계약을 사는데 든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은 150만원(83만3500원×10주×증거금 0.18%)에 불과했다. 주식선물이 가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다.

주식선물을 이용하면 기관처럼 차익거래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선물의 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가격보다 비싸다면 주식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면 된다.

서로 다른 종목으로 교차거래(페어트레이딩)를 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보다 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면 적은 자금으로 삼성전자 선물을 매도하고 하이닉스 주식을 사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할 땐 거래 수수료를 제외한 범위 이상의 가격차가 나야만 실제 이익이 생긴다. 생각보다 오히려 주가 등락폭이 작거나 선물가격의 방향이 다르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