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회만 가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종목을 찍어 달라는 투자자들이 많아요. 그런 투자자들에게 저는 되묻습니다. 지난해 투자수익률이 우량주들의 상승률보다 높았냐고요. 남들이 다 안다는 이유로 우량주를 우습게 보는 투자자들 대부분이 우량주의 상승률만큼도 수익을 못 내는 게 현실이에요. 급등주를 찾기보다는 우량주 위주로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서 투자하는 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좋습니다. "

인터넷이 활성화하기 전인 1991년 PC통신 동호회 '증권사랑'에서 필명 '이박사'로 온라인 애널리스트 활동을 시작한 이동웅 일목투자연구소 대표(51 · 사진)의 조언이다. 한국경제TV 증권고수로서 '일목균형표'라는 복잡한 기술적 분석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그의 투자원칙은 의외로 간단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 한두 가지 기기묘묘한 기술을 익혀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매일 주식시장을 분석할 시간이 없는 일반 투자자라면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상황,추세적인 분석 정도만 충실히 들여다본 뒤 우량주에 투자한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978년 마산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증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1989년 서울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주식시장 분석을 시작했다. 당시 서서히 가입자가 늘기 시작하던 PC통신에서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증권사랑'이라는 주식투자 동호회를 발견했고 가입 이후 통신게시판에 매일매일 시황분석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 대표는 "고스톱 같은 사행성 오락도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원래 모험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우연한 기회에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식시장 분석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시황분석을 게시하기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써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애널리스트로 내공을 쌓아가던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개발된 기술적 분석 이론인 '일목균형표'를 접한 2001년이다. 주가 차트를 분석해 시세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이 이론이 실제로 높은 적중도를 보인다는 것을 안 그는 일본에서도 절판된 7권의 원전을 모두 구입한 뒤 번역해가며 공부했다. 이후 2004년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투자자문팀에서 지난해까지 52개월 동안 월간 투자수익률 베스트에 28번이나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또 각종 증권방송과 투자설명회에서 정확한 시세 예측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08년 2월 한 투자설명회에서 시황을 설명하면서 10월이면 미국으로부터 지금의 하락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폭락이 온다고 예견한 것.이 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그는 "일목균형표를 이용하면 '시간'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며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는 몰라도 당시 주가 차트의 흐름상 10월 정도에 큰 하락장이 올 것으로 보였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일목균형표는 다른 이론과는 달리 시간이라는 요소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부분 시세를 분석할 때는 가격적인 측면만 놓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일목균형표는 여기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해 과거의 주가 흐름을 놓고 언제까지 상승 흐름이 나올지 언제 하락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해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움직임과 관련,그는 단기 상승에 따른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말에는 코스피지수가 1980~2040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종목으로는 정보기술(IT),자동차,위안화 절상 관련 수혜주인 철강,증시에서 서서히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금융주 등을 추천했다. 유망 종목으로는 기존 주도주인 삼성전자 기아차 현대제철 삼성SDI LG화학 외에 덕산하이메탈 주성엔지니어링 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자체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증시 하락의 여파 때문이기에 장기 상승 추세는 살아 있다"며 "저평가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경제TV 와우넷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으로 '무분별한 투자'와 '쉬지 않는 투자'를 꼽았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주변에 떠도는 정보에 현혹된 투자는 큰 손해로 이어지기 쉽고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데 하락장에서도 계속 투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멈출 수 없는 자는 달리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처럼 투자를 할 때도 자신이 미리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쉬어가는 게 좋다"며 "주식은 위험 자산인 만큼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박민제/사진=허문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