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시즌 세계 남녀 프로골프투어도 전체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각 투어에서는 올 상반기에도 여느 해 못지않게 선수들의 실수와 진기록,해프닝이 많이 나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시즌 상반기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나온 보기 드문 장면을 한데 모았다.

# 실수

◆정상급 프로들도 '하이 스코어' 만발

양용은은 지난 3월 혼다클래식 1라운드 11번홀(파4)에서 '퀸튜플 보기'인 5오버파 9타를 쳤다. 두 번 물에 빠지며 '6온3퍼트'를 한 것.파커 맥라클린은 4월 말 미국PGA투어 퀘일할로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파5)에서 7오버파 12타를 치고 말았다. 티샷이 네 번 연속 물에 들어간 탓이다. 한 홀에서 파보다 7타 더 치는 일은 '셉튜플(septuple) 보기'라고 부른다. 케빈 스태들러는 5월 초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스푼 티샷이 두 번이나 물에 들어간 끝에 9타를 기록하자 클럽을 숲속에 던져버렸다. 아버지 크레이그 못지않은 다혈질이다. 폴 고이도스는 그 대회 4라운드 7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는데,2온후 그린에서 5퍼트를 한 결과였다. 5퍼트는 1983년 이후 이 대회에서만 다섯 번째 나온 것이라고.

◆톱랭커들도 쇼트퍼트에 울고

이른바 '기브'(OK) 거리의 짧은 퍼트를 얕보았다가 낭패를 당한 선수들이 많다. 타이거 우즈는 투어 복귀 전인 마스터스 4라운드 14번홀(파4) 그린에서 3퍼트를 했는데,2m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였다. 첫 퍼트가 60㎝가량 지나갔고,두 번째 퍼트도 홀을 스쳐 50㎝ 정도 가버렸다. 필 미켈슨도 올해 미국PGA투어에서 3.6m거리에서 3퍼트를 한 적이 있고 제프 오길비는 메모리얼토너먼트 1라운드 8번홀(파3)에서 30인치(약 76㎝)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서희경은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최종일 최종홀에서 50㎝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마추어 이은주는 한국여자오픈 연장 첫 홀에서 1m 버디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그 거리에서 '3퍼트 보기'를 했고,결국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져 우승을 헌납했다.

◆헛스윙과 '투터치'도 연례 행사

양용은은 1월 하와이에서 열린 SBS챔피언십 2라운드 때 황당한 경험을 했다. 18번홀(파5)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서 스윙을 했는데 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클럽만 허공을 갈랐다. '헛친' 것이다. 물론 헛친 것도 1스트로크로 친다. 양용은은 그 실수 다음에야 결국 워터해저드 처리를 했는데 5온3퍼트,트리플 보기로 홀아웃했다. 스웨덴의 페테르 한손은 유러피언투어 말로르카오픈 4라운드 12번홀 그린주변에서 칩샷을 시도하는 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클럽에 볼이 두 번 맞은 듯했다. 결국 경기위원이 다가와 1벌타를 부과했고 나중에 녹화테이프를 보니 '폴로 스루 때 한 번 더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손은 그 벌타로 선두에 2타 뒤졌으나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 해프닝

◆갤러리 맞히고 컵안에 들어가고

세계적 선수들도 친 볼이 매번 똑바로 가지는 않는다. 빗나가서 발생하는 해프닝이 적지 않다. 앤드루 맥라디는 4월 미국PGA투어 셸휴스턴오픈에서 티샷이 코스 곳곳에 설치돼 있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소동이 있었다. 마스터스 1,2라운드에서 최경주,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펼친 매트 쿠차는 그 대회 2라운드 때 9번홀 세컨드샷이 그린 주변에 있던 갤러리의 컵속에 들어가 버렸다. 두 경우 모두 무벌타 드롭을 하면 된다.

폴 케이시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2라운드 첫 홀에서 어프로치샷한 볼이 여성갤러리 머리를 맞혔다. 갤러리는 피를 흘렸고 선수는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케이시는 1타차로 커트탈락하고 말았다. 우즈는 메모리얼토너먼트 마지막 날 티샷이 세 차례나 갤러리를 맞혔다. 좀처럼 보기드문 일이다. 우즈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사인이 새겨진 장갑을 주어 상황을 무마하곤 한다. 우즈는 그 대회에서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마음대로 안 되는 볼 때문에

팀 윌킨슨은 소니오픈 2라운드 때 도랑에서 친 볼이 바위를 맞은 뒤 자신의 몸을 맞고 말았다. 쇄골 부분에 맞았는데 더 큰 부상을 우려해 기권해버렸다. 미켈슨은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때 티샷한 볼이 유칼리나무 쪽으로 날아갔다. 1타라도 세이브하려는 나머지 한 갤러리를 나무 위로 올려보냈으나 찾지 못했다. 미켈슨은 분실구 처리를 하고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재수 없기는 리안 파머도 마찬가지였다. 파머 역시 그 대회 2라운드 때 친 볼이 나무 속에서 사라지는 불운을 당했다.

박인비는 일본 PRGR레이디스컵 최종일 첫 홀 그린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였는데도 박인비가 그대로 쳤다"고 신고한 것.스코어카드를 내기 전 경기위원회에서 비디오판독을 한 결과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인 것으로 판명돼 박인비는 2벌타를 받았고 단독 1위에서 공동 2위가 되고 말았다. 상금 손해만 1억원이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 카우치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때 어프로치샷이 워터해저드옆 바위에 세 번 퉁긴 뒤 온그린돼 파로 이어진 행운이 따랐다.

◆'골프 황제' 파4홀에서 우드 두 번 치다

파5홀에서도 심심치 않게 '2온'을 하는 우즈가 파4홀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을 모두 우드로 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했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길이 442야드)에서 그랬다. 스푼 티샷이 붕 떠서 190야드 날아가는 데 그쳤다. 평상 시보다 70~80야드는 덜 나간 것으로 볼은 간신히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홀까지는 250야드 이상이 남았다. 티업하지 않고 5번우드로 친 볼은 이번엔 그린을 오버해 버렸다. 스푼 티샷이 200야드도 안 나간 것이나,파4홀에서 우드를 두 번 쳐 그린에 당도한 것은 우즈에게서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다.


# 진기록

◆노장들의 화려한 기록들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 게리 플레이어(74)는 1월 미PGA 챔피언스투어 미쓰비시일렉트릭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74타를 쳤다. 18홀 스코어가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적을 때 '에이지 슈트'라고 한다. 플레이어의 이번 에이지 슈트는 벌써 통산 29번째라고.

'Mr.59'로 불리는 알 가이버거(73)는 70세 이상 선수들이 겨루는 한 대회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파5홀에서 홀까지 195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로 친 볼이 홀로 들어간 것.가이버거는 미PGA투어에서 최초로 '18홀 59타'를 기록한 주인공.1977년 멤피스클래식에서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 알바트로스로 인해 그에게는 'Mr.2'라는 별명이 추가됐다.

제리 켈리(44)는 버라이즌헤리티지 1라운드 4번홀(193야드)에서 4번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는데,그는 3년 전 3라운드 때에도 이 홀에서 4번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한 적이 있다고.1983년 이후 미PGA투어에서 한 선수가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두 번 한 것은 켈리가 세 번째다.

◆18홀 58타가 두 번이나

현재 18홀 공식 최소타수는 59타다. 그런데 올해 두 번이나 58타가 나왔다. 일본골프의 '샛별' 이시카와 료는 지난 5월 일본골프투어 더 크라운스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12개 잡고 12언더파 58타를 기록했다. 대회 코스의 파가 70인데다 일본투어였기에 망정이지,미PGA투어 대회였더라면 세계골프계가 깜짝 놀랄 만한 기록이었다.

그런가 하면 미켈슨은 3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의 더 플랜테이션GC에서 친선라운드를 하면서 58타를 기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 코스는 파72였는데 미켈슨은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12개를 잡고 14언더파를 친 것.미켈슨은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준비하던 중 그린이 비슷하다고 하여 그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메이저 챔프들도 80타대 훌쩍

박세리는 4월 트레스마리아스챔피언십 첫날 11오버파 84타를 쳤다. 알레르기로 인해 고생했다고는 하나,메이저 챔피언답지 않은 스코어다. 이 스코어는 2005년 숍라이트클래식 3라운드에서 85타를 친 데 이어 자신의 생애 두 번째 하이 스코어라고 한다. 그 대회는 로레나 오초아의 은퇴무대였는데 박세리는 버디는 1개 잡고 보기 6개와 더블보기 3개를 기록할 만큼 지독히 플레이가 안 풀렸다.

양용은은 지난달 US오픈 2라운드에서 83타를 치고 커트탈락했다. 전반에 34타로 선전했으나 후반 9홀에 49타를 치고 말았다. 10번홀부터 17번홀까지 8개홀에서 13오버파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를 냈다. 그 내용은 '보기-트리플보기-보기-보기-트리플보기-더블보기-보기-보기'였다. 마지막 18번홀은 파였다. 지난해 US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이 '나인'에 49타를 친 것도,8개홀에서 13오버파를 친 것도 처음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