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회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선진 명문대학을 방문하다 보면 종종 우리 대학들과 비교되는 점을 발견하곤 한다. 미디어 관련 학과의 강의를 보면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는 데 놀란다. 커리큘럼에 있어 기초는 매우 실제적이고 응용은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짜여진다. 국내 교과목이 기반이나 응용에서 차이가 거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행기가 날고,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원동력에는 상상력을 실제화하는 절차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 보자는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시도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도 땅 위를 걸으며 대륙을 개척해야 했을지 모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상상력을 실험에 옮긴 라이트 형제의 실제화 노력이 우주 시대의 기틀을 만들었다. 상상력을 통한 실사구시의 과정인 셈이다.

오늘날 스마트폰 경제나 3D산업의 등장 역시 창의력의 일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교육과정도 변화가 필요하다.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들어보듯 상상력을 적용하는 교육,상상과 꿈을 실제화하는 교육이 요구된다.

시중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가 있다. 암기력으로 학생의 줄을 세워 성적을 매겨왔던 세태에 대한 반항이다. 그렇지만 이제 새로운 것이 기억되는 세상이 왔다. 여기에 절실히 요구되는 게 상상력이다. 사람의 생각이 상상력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면 1등이 될 수 있다.

선진국 교육의 특징은 창의성을 구체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1등 상품을 많이 가진 국가가 선진국이기도 하다. 패션,자동차,반도체,영상,우주공학,생명공학 등에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체화해서 그 분야에서 정상에 오를수록 선진국으로의 길이 가까워진다.

사실 학교에서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최상이 될 수 없다. 1등에 오르려면 창의적이거나,자신만의 독창적인 학습법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근면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중상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가 되려면 자신이 룰을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교육이나 입시,선발에서 특정 잣대를 기준으로 삼으면 1등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를 인정하면 1등은 매우 많이 나올 수 있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초 · 중등 교육이 중요하다. 초 · 중등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대학 입시다. 대학 입시에서 단련된 인재가 아니라 창의성과 독창성이 선발 기준이 되면 1등 분야가 많아진다.

대학에서도 단순암기가 아니라 새로운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 실제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나 공무원,직업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교육보다는 '모두를 위한 창의성의 실제화'를 내용으로 하는 교육혁명,즉 '학생에게 본인의 특성을 찾아 주는 동시에 최고의 교육'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바로 모두가 1등이 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창의적인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실체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 과목부터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를 유도하고 이를 실체화하는 실사구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녀를 엔지니어로 키우고 싶으면 음악을 가르치고,음악가로 키우려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 다른 패러다임을 다른 분야에서 실제화할 수 있는 유연함과 상상을 구체화하는 교육과정이 나와야 한다.

차세대 스마트폰의 패권을 둘러싼 세기의 대결이 불붙었다. 스마트폰은 혁신적인 디지털 공학에 상상력을 실체화한 미디어 생태환경이다. 즉 상상력과 실사구시다. 실사구시는 배움의 일상화에서 나온다. 그만큼 사람과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생활 혁명이 있을 때 선진국 입성이 가능하다. 속담에 '소리가 같을지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한국의 대학은 새로운 상상력을 실체화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

한국경제·우리은행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