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녀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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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역사'를 쓴 어니스트 볼크먼은 첩보의 역사는 곧 비공식 세계사라고 주장한다. 스파이는 5000여년 전 고대 이집트에도 있었을 만큼 '오래된 직업'인데다 인류사의 고비마다 직 · 간접적으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손자도 고대 중국의 은나라는 하나라의 이지(伊摯)를,주나라는 은나라의 여아(呂牙)를 각각 첩자로 이용했다고 했다. '일본서기'에는 601년 신라의 간자 가마다(迦摩多)를 대마도에서 체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첩보전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20세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테러로 점철되며 첩보 기술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첩보 판타지 영화 '007 시리즈'가 20여편이나 제작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시기엔 리하르트 조르게라는 옛 소련의 전설적 스파이도 나왔다. 그는 독일 언론사의 주일 특파원으로 일하며 독일의 소련침공일(1941년 6월20일)을 모스코바에 알리는 등 뛰어난 첩보력으로 스탈린의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역시 미녀 스파이다. 1차대전 때 독일 첩보원으로 활약한 마타하리는 네덜란드 총리,프랑스 장관,연합군 고위 장교 등과 사귀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녀가 빼낸 정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고급 정보원에 접근하는 실력만은 발군이었다. 한국의 마타하리로 불렸던 김수임은 미8군사령부 헌병감 베어드 대령,북한 초대 외무성 부상 이강국과 삼각관계를 유지하다 붙잡혀 1950년 6월 처형됐다.
러시아를 위해 불법 첩보활동을 한 혐의로 FBI에 체포된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 이야기로 미국이 떠들썩하다. 10여명의 다른 첩보원도 붙잡혔지만 관심은 온통 안나에게 쏠려 있다. 28세의 사업가로 알려진 안나는 본드걸을 능가하는 미모에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구사하며 사교계를 주름잡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블라디미르 콜레슈니코프 러시아 법무장관의 반응이 재미있다. "우리도 미국 스파이를 계속 적발했지만 조용히 추방해왔다. 앞으로는 모조리 공개 법정에 세우겠다. " 냉전은 끝났으나 두 나라의 첩보전은 여전하다는 걸 시사하는 말이다. 다만 스파이 임금은 냉전시대보다 줄었다고 한다. 대부분 별도의 직장을 갖고 있는데다 체포돼도 처벌 강도가 약해진 탓이란다. 스파이계도 구조조정 바람만은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첩보전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20세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테러로 점철되며 첩보 기술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첩보 판타지 영화 '007 시리즈'가 20여편이나 제작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시기엔 리하르트 조르게라는 옛 소련의 전설적 스파이도 나왔다. 그는 독일 언론사의 주일 특파원으로 일하며 독일의 소련침공일(1941년 6월20일)을 모스코바에 알리는 등 뛰어난 첩보력으로 스탈린의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역시 미녀 스파이다. 1차대전 때 독일 첩보원으로 활약한 마타하리는 네덜란드 총리,프랑스 장관,연합군 고위 장교 등과 사귀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녀가 빼낸 정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고급 정보원에 접근하는 실력만은 발군이었다. 한국의 마타하리로 불렸던 김수임은 미8군사령부 헌병감 베어드 대령,북한 초대 외무성 부상 이강국과 삼각관계를 유지하다 붙잡혀 1950년 6월 처형됐다.
러시아를 위해 불법 첩보활동을 한 혐의로 FBI에 체포된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 이야기로 미국이 떠들썩하다. 10여명의 다른 첩보원도 붙잡혔지만 관심은 온통 안나에게 쏠려 있다. 28세의 사업가로 알려진 안나는 본드걸을 능가하는 미모에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구사하며 사교계를 주름잡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블라디미르 콜레슈니코프 러시아 법무장관의 반응이 재미있다. "우리도 미국 스파이를 계속 적발했지만 조용히 추방해왔다. 앞으로는 모조리 공개 법정에 세우겠다. " 냉전은 끝났으나 두 나라의 첩보전은 여전하다는 걸 시사하는 말이다. 다만 스파이 임금은 냉전시대보다 줄었다고 한다. 대부분 별도의 직장을 갖고 있는데다 체포돼도 처벌 강도가 약해진 탓이란다. 스파이계도 구조조정 바람만은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